생분해 포장지 치킨 +500원, 당신의 선택은?[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1.05.24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재활용을 앞둔 플라스틱 용기들이 쌓여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서 소비가 늘어가면서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 소비로 인한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2021.4.21/뉴스1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여러가지 중 하나가 바로 엄청나게 커져버린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당장 사람이 죽고사는게 문제인 미증유의 질병은 어떻게 '환경 보호'라는 뜻밖의 명제를 부각시켰을까. 정확히 어찌 된 일인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차차 연구될 과제 중 하나다. 일단 우리 주변의 생활을 돌아보면 실마리를 찾을수도 있을 듯 하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합금지 시행도 길어진다. 대형마트에 가는것 조차 꺼려진다. 식재료나 배달음식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집에서 시켜먹다보면 쌓이는건 포장재고 늘어나는건 버려야 할 쓰레기다. 하루 한 끼만 배달음식으로 때워도 거기서 나오는 플라스틱과 비닐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고 있자면 겁이 날 정도다.

불안함은 대체로 현실이 된다. 한 언론은 통계청을 인용해 우리 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숫자가 1000만개(3월 기준)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믿겨지지 않겠지만 당장 각자의 집에서 나오는 배달용기, 점심먹고 으레 하나씩 들고 걷는 커피잔을 생각해보자. 작년보다 60% 이상 크게 늘어난 양이란다. 플라스틱은 땅에 묻히면 분해돼 없어지는데 보통 500년이 걸린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하루 이틀 고민거리일리 없다. 썩는 플라스틱, 먹는 플라스틱, 벌레가 파먹는 플라스틱 등 개발됐다는 뉴스는 봤지만 도통 어디서 쓰여지고 있는지 모를 대안도 다양하다. 사실 썩는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다. LG와 SK, 코오롱 등이 일찌감치 개발했다. 문제는 값이다. 당연히 안 썩는 플라스틱보다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향수병 같은 용기에 적용이 시작됐다.

리사이클(재활용)도 또 다른 대안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요즘 이뤄지고 있는 재활용은 대부분 물리적 재활용이다. 사용 후 페트병, 플라스틱 그릇을 수거하고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냥 땅에 묻어버리는 방법보다는 당연히 친환경적이지만 영구적인 재사용은 어렵다.

플라스틱이 재사용을 거듭하면 물성이 약해진다. 플라스틱이라는 성분에 기대하는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종래엔 땅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단계에 이르기 전 수거하고 분류하고 세척하는데도 이미 적잖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진정한 친환경이라 하기 어렵다.

화학적 재활용은 좀 다르다. PET병을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건 같지만 이걸 완전 초기 상태로 되돌린다. 원료 격인 칩으로 다시 만드는건데 그럼 아예 플라스틱의 원료 단계를 대체할 수 있다. 무한 재활용이 된다. 문제는 비용이 더 든다는 점이다. 땅에 묻히는 플라스틱을 '제로'에 가장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지만 당연히 공정이 추가되고 가격이 비싸진다.

썩는 플라스틱도, 화학적 재활용 한 플라스틱도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 한국 화학사들이 가장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썩어야 할 플라스틱은 안 썩고 기술만 썩히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플라스틱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급히 바뀌는 친환경 분위기에 편승해 용기를 내 제안하자면, 소비자들이 먼저 변하는것도 방법이다. 친환경 비용부담을 먼저 감내하겠다고 나서면 기업도 이에 부응할 것이다. 그렇게 나서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면 친환경 플라스틱은 더 싸지고 정부도 지원에 나설 것이다. 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가 뭔가를 하는 셈이다.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켜 먹는데 2만원이 든다고 치자. 여기서 500원을 더 내면 1년 내 땅에서 썩어 없어지거나 무한 재활용되는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물론 추가 비용이 1000원일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 이 질문을 받는다면, 1년 전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을거라고 확신한다. 이 숫자는 또 1년 후면 지금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임을 역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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