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DVD 대여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변신한 건 2007년의 일이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2006년 첫 영상을 업로드한지 1년 남짓 된 유튜브를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에 사가는 걸 보곤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파손 위험과 비싼 택배 배송비를 감수해야 하는 DVD 직접 배달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방안을 착안한 것이다. 이용자 취향 기반의 맞춤형 영상추천 시스템과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등 혁신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미디어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승승장구했다.
# 지난해 말 현재 넷플릭스의 전세계 가입자는 2억 명을 넘어섰다. 매출액 28조원, 영업이익 5조원의 세계 최대 공룡 OTT다. 전세계 미디어 시장이 넷플릭스가 새로 짠 판에서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6년 1월 첫 발을 들인 한국에서도 넷플릭스의 기세는 매섭다. 넷플릭스 월간 활성 국내 이용자수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었다. 유료구독자가 400만 가구 안팎이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4155억, 영업이익은 88억 원이었다. 매출과 이익이 1년 새 2배, 4배씩 늘어날 정도의 압도적 성장세다. 줄줄이 적자를 낸 국내 OTT와 견주면 넷플릭스의 질주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 넷플릭스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콘텐츠 품질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K-콘텐츠' 제작에 작년 한국 매출보다 훨씬 많은 5500억 원을 투자한다. 수신료를 올리려는 공영방송엔 안 된 얘기지만 "월 2500원을 내고 KBS를 보느니 월 1만원을 지불하고서라도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게 낫다"는 가입자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소비자단체의 최근 조사 결과도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국내 상위 6개 OTT 서비스 이용 경험자의 만족도와 이용 실태를 보면, 넷플릭스(3.69점)가 토종 OTT 5곳을 모두 앞섰다. 서비스 품질과 상품, 체험 등 3대 부문 만족도 모두 넷플릭스가 1위였다.
# 한국 소비자들의 '톱픽'으로 꼽힌 사실이 알려진 바로 그날 얄궂게도 넷플릭스는 국내 법원에서 뼈아픈 판결문을 받았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벌인 망 이용대가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망을 쓰는 데 돈을 낼 이유가 없다며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연결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인터넷의 민주성과 개방성을 믿고 전에 없던 스트리밍 방식을 착안해 낸 넷플릭스로선 일견 억울할 법도 하다. DVD 택배 배송료를 줄였는데 온라인에서 배송비(전송료)를 물게 된 셈이어서다. 미디어 시장이 변하는 것처럼 인터넷 세상도 시시각각 환경이 바뀐다. 막대한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유발하는 콘텐츠 기업(CP)에도 망 이용대가와 네트워크 안정성 의무를 부과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인터넷 세계에선 CP도 일반 이용자처럼 망을 빌려 쓰는 또 다른 고객이다. CP가 좋은 콘텐츠에 수천억을 쏟아붓듯 인터넷 인프라도 거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용자들의 후한 평가를 온전히 넷플릭스만의 성과로 등치하는 건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