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대한민국 건설기계 업계를 뒤흔들 뉴스가 들려왔다. 국내 건설기계 1위 업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전(前)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건설기계 2위인 현대건설기계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됐다는 소식이었다. '독과점 이 우려된다', '기존 협력업체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건설기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내 1·2위 업체가 힘을 합쳐 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양사는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르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회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조선·자동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및 국민 등으로부터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이유는 글로벌 시장서 한국 건설기계 기술 수준을 대표하는 '톱-티어(Top-Tier) 회사 부재'라고 생각한다. 이번 소식이 더 기쁘게 다가온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1· 2위 업체가 합쳐졌다고 해서 글로벌 상위 회사가 자동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업체가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통해 각자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더욱 발전시켜나가고, 단점은 서로 상호 보완해야 비로소 글로벌 선진 업체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다.
세계 최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M&A(인수합병)는 두 회사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시너지 효과를 떨어뜨려 실패 사례로 남았다. 반면 1998년 이뤄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M&A는 업계 1·2위 합병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현대차의 지원 속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기아차는 모든 차종에 '디자인 DNA'를 적용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5 자동차 메이커로 재탄생 하는데 기여했다. 위 두 사례에서 보듯 각기 다른 기업 문화를 결합시키는 노력, 그리고 두 회사 임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목표 설정이 시너지를 내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3대 축으로 육성, 지원할 계획을 밝히며,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을 출범시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목표도 '2025년 건설기계 글로벌 톱5'로 현대차그룹의 지금 현재 위치와 닮아있다. 현대제뉴인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통합구매를 통한 수익 개선, 글로벌 영업망 확대, 라인업 상호 보완 판매, 통합 플랫폼 개발 등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양사 R&D인력을 활용,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세계 건설기계시장에서 1·2위인 미국의 캐터필라, 일본 고마츠는 역사만도 100년 안팎이다. 이들 회사를 전통적 기술로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무인화·전동화다. 이들 기술은 차세대 건설기계 시장에서 패권을 잡느냐 도태되느냐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선점 여부에 따라 이들 회사를 뛰어넘어 글로벌 넘버원이 될 수 있는 핵심이다. 현대제뉴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기술개발에 현대건설기계·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모든 인력과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그 결과물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디자인 DNA'로 자동차 업계 톱티어가 됐듯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부문도 '차세대 기술 DNA'로 시너지를 극대화 해 글로벌 넘버원으로 발돋움 하길 희망한다. 특히 이들이 목표 달성을 통해 대한민국 건설기계 위상을 글로벌 시장에 뽐내고, 지금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회사로 거듭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