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오는 1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경상성장률 전망치(4.9%)의 3분의 1 수준인 1.5% 이내로 묶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약 89%)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는 중장기 총량관리도 병행한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국 가계자산의 약 2/3는 부동산에 묶여 있다. 자본이 콘크리트 안에서 생산성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빚으로 집을 사면 소득의 상당 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가고, 돈이 돌지 않으니 내수는 위축된다. 기업 투자와 고용이 줄면서 '대차대조표 불황'의 덫에 걸리는 구조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가 터지고, 내리면 부동산 거품이 커지는 악순환이다.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가격이 흔들리면 시스템적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대출 회수 이후 풀린 자본이 다시 예금이나 비생산적 자산에 고이지 않고 AI를 비롯한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으로 흐르도록 하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기존의 BIS 위험가중치 완화와 정책보증 인센티브를 혁신산업 중심으로 재설계·확대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하며 자본을 배분할 수 있는 유인책 없이 채찍만으로 돈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충격요법으로 집값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는 있다. 정부는 담보대출 만기 불허로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는 것을 사실상의 공급대책으로 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만성적 공급 부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대출 규제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동시에 해야 하는 이유다. 2019년 12·16 대책이 공급 없는 수요 억제의 한계를 이미 증명했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은 공급확대와 맞물릴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