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성공의 함정'이란 개념이 있다. 과거 성공의 망령에 사로잡혀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 방식만 되풀이하다 실패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엘렌 랭거 교수는 기업들이 성공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과거의 경험에 집착해 시장 변화를 파악하지 못할 때 △변화를 알더라도 과거 전략을 고수하면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때 △과거의 성공을 이끌었던 구성원이 자신의 지위와 힘을 잃지 않기 위해 과거 전략만을 고수할 때 등으로 설명한다.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도 성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성공적으로 국가방역전략을 수립했던 우리나라가 그렇다. 당시 세계 최저수준의 확진율을 기록한 한국은 경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 방역정책으로 팬데믹 국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방역의 성공은 정부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는 '초거대여당'으로 거듭나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최근 때이른 일상회복과 전염성 높은 오미크론 변이 등이 맞물리며 한때 세계가 주목했던 K-방역의 성과가 퇴색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는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정부는 한때 완화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돌리느라 분주하다. 이제 그 어디서도 한국을 방역 강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형적인 성공의 함정이다. 정부는 백신접종률이 80%를 넘어가면 감염 전파가 상당 부분 차단될 수 있다는 과거 데이터를 맹신했다. 역대급으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세계를 휩쓰는 와중에도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보며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데 급급했다.
지난해부터 K-방역의 성공을 이끌어온 정부와 여당, 방역당국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한국이 이번 사태에서 빠르게 벗어날지, 아니면 오랜 기간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달라진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철 지난 데이터만 맹신한 과오를 인정하고 보다 꼼꼼한 방역전략을 내놔야 한다. 만약 달콤했던 과거 성공의 기억에만 취해 앞으로도 낡은 성공 방정식에만 매달린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