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미세먼지 공습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주 꽃샘추위가 물러나면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기준 '나쁨' (36~75㎍/㎥)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봄은 지난해에 비해 유난히 파란 하늘 보기가 힘들다. 필자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출장 때 본 파랗고 맑은 하늘과 너무 대조적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3월(1~25일) 전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2월까지 맑았던 하늘이 잿빛으로 바뀐 데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악화한 중국의 미세먼지 정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 정부에서 5차례 미세먼지대책을 발표하고 총리소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와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설치됐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계절관리제를 운용해 강화된 저감정책을 시행했다. 대기배출 허용기준이 강화되고 대기 총량규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이 내야 하는 법정 부담금과 세금도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GDP 대비 환경세 비중'이 우리나라의 경우 2.66%로 영국(2.26%) 일본(1.31%) 미국(0.72%)보다 높은 수준이다.
몰려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도외시하고 국내 규제만 강화한다고 미세먼지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중국과학원(CAS) 공동연구진이 서울의 대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질산염·황산염·납 등이 포함된 중국발 오염물질이 2일 만에 서울로 유입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명확한 과학적 증거 없이 따졌다가는 되받아치는 중국에 당하기 십상이다.
2019년 11월 한중 정부는 '청천(晴天)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오염방지 정책과 기술을 공유하고 대기질 예보정보와 기술교류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수교 이래 처음으로 미세먼지가 대기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정책·기술교류, 공동연구, 기술산업화 3대 분야에서 9대 사업을 추진하고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계절관리제 사전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아쉬운 점은 청천계획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양국 환경부 장관 간의 '미세먼지 대응 핫라인'은 한 번도 가동된 적이 없고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는 딱 한 번 열렸다. 어렵게 화상회의로 개최된 '청천학술회'도 겉도는 논의에 그쳤다. 코로나를 탓하기에는 중국 측의 성의가 너무 부족하다. 사실 우리 측 실수도 크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만든 청천계획을 탄소중립·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플랫폼으로 확대하면서 논의의 초점이 흐려졌다. 지난해 3월에 합의했다는 탄소중립 협의체는 아직 구성도 못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올해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새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가 관건이다.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력과 치밀한 환경외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