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치, 바보 관료…접시를 깰 수 있을까[우보세]

민동훈 기자
2022.04.28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아내 김건희 여사가 세월호 참사 8주기 다음날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윤 당선인과 산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착용한 스카프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8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7일 오전 윤 당선인, 반려견 '토리'와 함께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했다. 김 여사는 당시 노란 스카프를 착용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사용된 '노란 리본'과 같은 색상의 스카프를 착용함으로써 추모의 뜻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세월호 참사 8주기 다음날인 17일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윤 당선인, 반려견 토리와 함께 반포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모습. (김건희여사공식팬카페 캡쳐)2022.4.19/뉴스1

화사하게 핀 철쭉이 봄의 절정을 알린다. 새벽 출근길 몸을 감싸던 한기는 사라졌고 어느덧 따스한 햇살이 두툼했던 겉옷조차 벗겨냈다. 머지않아 봄의 싱그러움은 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바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선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새로운 대통령 취임이 코앞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졌고 새 얼굴과 정책들이 속속 제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곧 뜨거운 열정으로 치환될 것이다.

다만 과도한 열정은 가끔 독이 되기도 한다. 봄의 절정에서 맞이한 걱정거리다. 5년 만에 정권을 잡았으니 얼마나 열정이 넘칠까. 모조리 바꾸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복지부동'을 미덕으로 삼는 관료사회에 있어 가장 위험한 시기다. 새로운 권력집단은 이사갈 집 인테리어하듯 직전 정부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간다. 조그마한 흠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희생양은 언제나 관료들이다. 공직기강 확립 등 갖은 이유를 들며 새로운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조선시대 사화(士禍)와 같은 비이성적인 일들이 21세기 현재도 5년마다 챗바퀴 돌듯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준비하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달 26일 일명 '접시깨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 구현의 핵심 과제로 소신 있게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명분이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2013년 1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접시를 닦다가 깨뜨리는 것은 용납될 수 있지만, 깨뜨릴까봐 아예 닦지도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을 빌미로 여러 실무자들이 화를 당했다. 다르게 보면 이전 정부에서 적극행정을 한 대가였다. 그래놓고도 문재인 정부 2번째 국무총리였던 정세균 전 총리는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또다시 적극행정을 주문했다.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몰아붙이던 상황에서 관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은 언제나 권력자의 잘드는 칼이다.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칼춤을 춘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지 않았는데 사정기관들은 벌써부터 관료사회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접시를 깨라"는 주문은 "말 잘 들어라"는 엄포와 다름없다.

과거엔 정치적으로 임명된 정무직 장관, 차관이 타깃이었다면 언제부턴가 실무자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모든 지시를 녹음하고 메모로 흔적을 남기는 게 일상이 됐다. 위험회피는 이들의 생존본능이다.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관료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지지하던 안전판을 이제는 되살려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과 정권이 진다. 정치가 세치 혀로 관료를 바보로 만들 순 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무능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관료들은 언제든 국정책임자의 뜻에 맞춰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할 준비를 갖춘 전문가 집단이다. 그에 걸맞는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 정치의 결과를 관료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이 새 정부에서 반복돼선 안된다.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그것이 성공한 정부로 가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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