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저녁 퇴근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실외 승강장. 마스크 실외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날 일부러 이곳을 찾아갔다. 사방이 트여 실외로 분류돼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퇴근길 밀집도가 올라가면 마스크를 벗는데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 이 곳에서도 상당수가 내리면 명실상부한 실외 '노마스크' 첫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 20분간 머물렀지만 수줍게 코만 내민 '코스크'가 간간이 보일 정도였다. 귀가 직전 들른 동네 공원에서도 턱스크(턱에 걸친 마스크)를 한채 뛰는 몇몇을 빼면 노마스크족은 보기 힘들었다. 지난 1일은 실제론 실외 노마스크 첫날이 아니었다.
해제 결정 직전까지의 논쟁을 되짚어보면 허탈한 첫날이었다. 논쟁은 신구권력간 벌어졌다. 정부는 "방역 위험이 내려갔기에 벗는게 과학적"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위험이 여전하기에 재고하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맞섰다. 반면 정부 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인수위는 "현 정부에 (마스크 해제의)공을 돌리려 하는가"라고 지적했고 방역당국 내부에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오히려 정치방역"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학'은 우리 것, '정치'는 니네 것이라는 게 논쟁의 핵심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둘 다 '정치'가 아니었나 싶다. 마스크가 가진 상징성을 생각하면 그렇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마지막 남은 방역 상징인 마스크를 내리는 것은 '일상회복' 의미를 가장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때문에 일상회복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의 명분으로 '과학'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양측의 공감대도 엿보인다. 해제 결정을 내리면 상당수가 실제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회복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공감대다. 그러니 '마스크 해제'는 일상회복의 '공'이 된다고 봤을테고 서로 그 공을 뺏기지 않으려는 정치가 가동된 것일테다.
하지만, 해제 첫날 양측 모두 일단 틀렸다. 방역 위험이 걷혔는지 여부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과학'이 증발한 가운데 국민 상당수는 "그래도 쓰자"는 선택을 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예상된 선택이기도 하다. 애시당초 이번 해제 결정 전에도 길이나 공원 등에서 2m 거리 유지가 되면 착용 의무가 없었지만 일간확진 500명 안팎일 때 조차 절대 다수가 실외에서 마스크를 썼다. 일간확진 5만명 안팎을 오가는 지금, 해제 선언을 한다 해도 상당수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고 공허한 마스크 논쟁만 남게 됐다. 그리고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 역시 마스크가 담고 있는 '국민 방역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았다. 지난 2년, 한국의 마스크 착용률은 94%로 세계 1위였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마스크 정책' 덕이 아닌, 마스크로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 방역 정서의 공이었다. 곧 떠날 정부든 새로 들어설 정부든 '마스크 각자도생'이 왜 K-방역의 상징이 됐는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