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구소멸 위기와 대응과제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06.08 05:01

지난 5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일본의 출산율 저하를 우려하며 일본이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진짜 걱정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일 양국의 출산율 비교가 가능한 202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33인 데 비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0.84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더 하락한 0.81로 집계된다. 머스크도 5월 발언 이후 한국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붕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국내외의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5월29일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적절한 대책과 사회적 노력이 없다면 지구 상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지는 게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정부는 2006년부터 15년 동안 38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출산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가구의 특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한국노동패널을 사용해 가구주 연령 15~49세 기준으로 2010~2019년의 가구특성별 출산율(100가구당 출산가구 수) 변화를 들여다보면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출산율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소득계층을 상·중·하로 구분할 때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이 51.0% 감소할 때 소득 중위층과 소득 상위층은 각각 45.3%, 24.2% 감소했다. 실증분석을 통한 소득계층별 평균 출산율 분석에서도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이 소득 상위층의 약 3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소득계층별로 출산율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력 수준에 따라서도 출산율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난다. 초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에서 출산율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고졸 이하 가구의 경우 2019년 출산율이 2010년보다 11.6% 줄어든 데 비해 초대졸 이상 가구의 경우 48.1% 감소했다.

앞으로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기존의 일률적인 틀과는 달라야 한다.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이 낮다는 점에서 저소득층 우선 지원 중심으로 출산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지원하는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영아수당 등을 소득 수준에 맞춰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여유가 있는 가구에는 조금 덜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고학력층의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주택, 교육 등 경제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보육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노동시장의 고용 및 근로 유연성 확보를 통해 여성이 필요한 시간에 근무하고 언제든 필요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전반의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유도해야 한다. 교육과 홍보를 통해 결혼과 출산의 우선순위, 가정 내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역할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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