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 됐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대응 방안'을 발표한 13일,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과학방역' 기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년 7개월간 코로나19의 유행 특성과 변이 바이러스의 치명률 등 방역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고 이것을 활용한 정책 결정이 과학방역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새 정부가 내세운 '과학방역'이 구체적으로 정의된 첫 사례다.
새 정부의 과학방역 기조는 이전 정부의 방역을 실책으로 규정하며 출발했다. 단적인 사례가 새 정부 출범 직전이던 5월 2일 시행된 실외 노마스크 논쟁이었다. 당시 정부는 "방역 위험이 내려갔기에 벗는게 과학적"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위험이 여전하기에 재고하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맞섰다. 인수위 시각이 좀 더 보수적이고 신중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3월에는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를 오히려 수차례 완화한 이전 정부의 정책이 '정치 방역'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제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라는 과학방역의 정의까지 세워졌으니 과학방역을 표방한 새 정부는 경험과 데이터에 입각해 이전 정부보다 좀 더 보수적 방역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재유행 대비 방안은 이 같은 추론과 차이가 있었다. 거리두기 재개는 없었고 실외 노마스크와 확진자 격리 의무도 유지된다. 4차 접종 대상 확대를 제외하면 이전 정부에서 고삐를 푼 방역 기조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이번 재유행 대비 방안의 추진전략 자체가 '일상회복 기조는 유지하며 국민의 자발적 방역 참여 제고'였다. 추진 전략의 큰 틀을 보면 전 정부의 방역과 차이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근거로 그동안의 경험과 데이터가 제시됐다. △변이의 치명률이 낮고△치료제가 충분히 확보됐으며△변이의 전파력이 상당해 거리두기 재도입의 실효성은 없다는게 당국 설명이었다. 실외 노마스크 이후로도 국민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에 마스크 의무를 되살릴 필요성 역시 낮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었다. 설득력이 있지만, 이 역시 이전 정부가 변이의 낮은 치명률과 높은 전파력을 근거로 방역 고삐를 풀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전과 지금의 방역 기조가 꼭 달라야 할 필요는 없다. 과학방역이 출범한지 이제 두달 지났고 그 사이 방역 판도를 뒤엎을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정부가 바뀌었을 뿐 경험과 데이터의 축적 과정에 단절이 생긴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기조가 다르지 않다 해서 이를 "과학방역이 아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재유행 적신호가 들어온 현재의 방역 위기를 잘 막아낼 수 있느냐 여부가 현재의 결정이 과학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과학방역이 첫번째 시험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