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 가능한 낙농의 미래를 위해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2022.08.25 03:15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차관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대부분의 상품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인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농축산물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이 법칙에서 벗어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바로 유제품 원료인 '원유(原乳)'다.

원유는 매일 일정한 양이 생산되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어 낙농가는 유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간 정부는 낙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가격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에 연동해 원유가격을 결정해왔다.

지난 20년간 국산 원유가격과 국제가격의 격차가 확대되는 사이 국내 우유 소비 시장도 많이 변했다. 마시는 우유 소비는 줄고, 치즈나 버터 등 유가공품의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시장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생산비에만 연동되다 보니 유업체들은 유가공품의 원료로 비싼 국산 가공유 대신 값싼 수입산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유제품은 수입산 원료유를 활용한 제품이 대부분이며, 2001년 77.3%였던 자급률은 2021년에는 45.7%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낙농산업의 존립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단일 원유 가격 체계와 달리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이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다.

낙농가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시장 상황이 원유가격에 반영되도록 하면서도 낙농가의 소득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올해 예상되는 원유생산량 195만 톤은 기존대로 리터당 1,100원 수준으로 구매하고, 추가 생산되는 가공유 원유 10만 톤은 기존보다 300원 정도 낮은 리터당 800원 수준을 적용한다. 구체적인 가격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생산자와 유업체가 합의하여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고 국내산 원유의 가공원료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국공유지를 활용한 조사료 생산 확대 지원, 국산 프리미엄 유제품 연구개발(R&D) 지원 등 국내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 한 달간 낙농가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내용에 대해 15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젊은 낙농인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제도 개편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앞으로도 현장과 긴밀히 소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낙농산업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유제품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 유제품 소비패턴 변화, 수입 개방 확대 등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었고 낙농산업도 변화에 대응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해 생산자와 유업체가 조금씩 양보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지원해 나갈 것이다. 국민들께서도 우리 낙농산업의 변화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 주시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