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다수의 서버가 입주해 있던 카카오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사고의 여파에 많은 사회적 관심이 쏠렸는데, 그 가운데에는 정당한 비판과 함께 과도한 비약이나 불필요한 논쟁도 있었다. 그 중 사회적 논의가 진행중인 손해배상 문제를 법리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요건과 범위는 민법 제393조가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제1항에 따르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우연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권자가 불이익을 부담(casum sentit dominus)하고, 특별한 법적 원인이 있을 때만 채무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 제1항 제1호도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중단과 손해의 관련성을 요구한다.
결국 이번 사안에서 따져보아야 할 핵심은 손해의 존재와 인과관계다. 서비스의 유·무료 여부가 손해배상 책임 유무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유상 서비스의 경우 손해의 인과관계 입증이 무상 서비스보다 간명할 뿐이다.
판단의 핵심 기준은 손해 발생의 '예측 가능성'이다. 서비스 장애 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직접적으로 나타난 손해는 예측 가능하지만,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의 유실은 예측하기 어려운 특별 손해다. 예컨대 카카오T 바이크가 반납 처리되지 않아 이용료 체불이 발생했다면 충분히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반면 카카오톡 장애로 특정 계약이 무산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지 않다.
우리 법원은 이미 전자우편서비스 장애 관련 손해배상 소송(서울지방법원 2002.07.24 선고 2002나6868)에서 서비스 장애와 정신적 손해 간 인과관계를 부정했을 뿐 아니라, 이용자의 이용행태가 천차만별인 현실에 비춰 특별한 사정의 예측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영단어 "Liability"와 "Responsibility"는 우리말로 모두 "책임"이라고 번역되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약간 다르다. 전자는 어떤 결과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뜻하지만 후자는 무언가에 대해 응답할 수 있는 상태, 즉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해야 하는 의무를 의미한다. 이번 일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포괄적으로 묻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법적 책임 문제를 떠나 기업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기업 스스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카카오 역시 재발 방지 노력과 안정적 서비스 구축 책임, 즉 'Responsibility'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는 시장 반응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갖고 있다. 기업의 노력에 대해 이용자들이 정당하게 반응할 때, 우리의 인터넷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순기능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