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구독경제에 대한 쓸데없는 단상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2.12.14 02:02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한때는 공유경제가 변화의 키워드였고 한때는 플랫폼이 대세더니 요즘은 '구독'이 글로벌 트렌드다. 소셜미디어의 최강자 유튜브에서는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요청' 3종세트가 기본이다. 하나둘 구독채널을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리스트가 넘쳐나고 그러다 보면 잘 안 보는 채널은 가끔 정리하곤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은 구독경제 전성시대다. 구독은 일종의 비즈니스모델이다.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형태다. 과거에도 구독이라는 소비형식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문, 잡지구독이었다. 하지만 신문과 잡지가 대세였던 매스미디어 시대의 구독과 구독경제가 최신 트렌드가 된 지금의 구독은 상품이나 서비스, 소비방식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져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구독대상은 매우 다양하며 기상천외하기까지 하다. 주간, 혹은 월간 단위로 음료나 주류를 배송받거나 패스트푸드에서 월정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커피나 햄버거를 소비하는 서비스도 있다. '배상면주가' 포천LB는 온라인 주류판매 플랫폼을 론칭하고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술구독 서비스기업 술담화는 과실주, 증류주, 탁주 주류 3종을 랜덤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한다. 와인구독, 반찬구독, 과자구독, 화장품구독 서비스도 있다. 콘텐츠 소비규모가 점점 커지는 OTT도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월정액을 내고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프로그램 등을 즐기는 시청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선두를 달리는 넷플릭스,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기업과 토종기업 웨이브, 티빙 등 OTT간에 무한경쟁이 펼쳐진다. 토스뱅크의 토스프라임, 네이버 페이플러스 등 디지털금융이나 핀테크 서비스도 월정액을 내면 캐시백, 포인트 추가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제를 운용한다. e커머스의 공룡 쿠팡은 멤버십에 가입하면 회원할인, 무료배송, 자체 OTT채널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제는 업종이나 분야를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앞다퉈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월정액을 내는 구독회원을 많이 유치하면 그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에 그나마 지속가능성과 안정적 매출을 담보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비즈니스모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구독'(購讀)이란 '살 구, 읽을 독'으로 구성된 한자어다. 원래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정기적으로 구입해 읽음'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신문, 잡지를 구독하는 가구가 많았으나 지금은 신문, 잡지구독이 일대 위기를 맞았다. 오늘날 구독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튜브나 OTT는 읽는 구독이 전혀 아니다. 유튜브는 채널에 가입해 무료로 시청하는 서비스고 OTT 또한 월정액은 내지만 읽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다. 구독과 관계없는 서비스인데도 굳이 구독이라는 용어를 고수해야만 하는 걸까. 구독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subscription'(서브스크립션)이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한자어 구독과는 다른 의미다. 굳이 우리말로는 옮기자면 '정기회원제' 또는 '유료가입' 등이 그나마 맞지 않을까 싶다. 대중매체 정기구독이 대세였던 산업화 시대에 사용한 구독이란 용어를 21세기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그대로 사용한다면 용어에 제대로 된 의미를 담아낼 수 없다. 모름지기 언어는 생각과 의미를 담는 그릇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경제패러다임도, 소비방식도 변화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도 시대변화에 맞는 의미를 적절히 담아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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