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체계 개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부통제 역량을 잘 갖췄다고 믿은 은행에서조차 지속적으로 불완전판매, 횡령 등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위반사례가 발생하면서 금융회사 경영진의 책임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요구가 커진다. 국내법상 경영진의 책임과 관련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들의 역할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사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은 좋은 지배구조와 책임문화 확립의 전제며 필수다. 2018년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도 보고서(Strengthening governance frameworks to mitigate misconduct risk: A toolkit for firms and supervisors)에서 개인의 책임과 책무강화는 위법행위를 야기하는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채택한 경영진의 '책임기술제도'(Statement of Responsibility)는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전사적으로 분명히 할 수 있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이들 국가의 경우 금융회사들은 경영진의 책임범위를 정해 감독기관에 이들의 책임기술서를 제출하고 이후 사전에 기술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 업무수행 중지와 금전적 제재 등의 징계가 부과되도록 한다. 다만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과 그 위반이 발생한 업무와 관련해 경영진이 책임지는 지위에 있으며 위법·위규가 발생·재발하는 것을 예방할 것으로 그 지위상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제재가 부과된다.
내부통제와 관련해 경영진에게 개인적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경우 각자의 책임범위를 분명히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필수다. 이는 경영진의 책임인식 제고는 물론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 및 개인적 책임에 대한 수용성 증대도 꾀할 수 있다. 감독기관도 사전에 제출된 책임기술서와 책임지도(Responsibility Map)를 통해 금융회사 경영진 각각의 직무분장 현황과 조직구조, 업무 등에 대해 상세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국가에 따라 책임기술·책임지도 제출의무 여부와 제재조치 등의 구속력 정도, 세부실행 및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영국은 법령에 근거해 경영진 책임기술제도를 운용하고 호주는 은행에만 적용되는 '은행경영진책임제도'(Banking Executive Accountability Regime)를 운용하다 2022년 대상을 확대한 법안(Financial Accountability Regime Bill)이 발의된 상태다. 싱가포르는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자율적으로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 및 보고라인을 인식·행동하도록 할 뿐 따로 책임기술이나 책임지도 작성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를 위한 감독수단의 하나로 경영진의 책임인식 강화 및 책임범위 명확화의 일환으로 책임범위 기술·책임지도제도를 고려할 경우 구속력 정도, 도입방법과 적용범위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 국내 수용 및 조기정착이 가능한 형태로 도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