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경제성장과 생산성의 역설

장보형 기자
2023.02.16 02:05
장보형 연구위원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향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 개방경제국으로 대외환경의 변동에 취약한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경제의 본원적 성장력, 특히 생산성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둔화가 본격화한 데다 불확실성 심화와 맞물려 기업의 투자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생산성에는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이 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시간당 GDP를 의미하며 총요소생산성은 GDP에서 노동투입과 자본투입의 기여도를 제외한 잔차로 계산된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을 분해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노동시간 증가율의 합, 또는 노동 및 자본투입 증가율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합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생산성 통계를 토대로 경제성장에서 생산성의 의미를 짚어보자.

일단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중 평균 5.0%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9년 중 2.9%로 둔화했다. 당연히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4.8%에서 2.6%로 급락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을 주도했다. 총요소생산성도 3.2%에서 1.3%로 크게 둔화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2.5%에서 2.2%로 둔화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 역시 노동생산성은 2.1%에서 0.7%로, 총요소생산성은 1.2%에서 0.4%로 격감했다.

미국 역시 생산성이 비교적 크게 둔화했는데도 정작 경제성장률 둔화가 소폭에 그친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노동투입, 혹은 노동시간 증가율이 커진 덕분이다. 한국의 노동시간 증가율은 0.2%로 동일했지만 미국은 0.3%에서 1.2%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총요소생산성 분석에 동원된 자본투입 증가율은 두 국가 모두 유사하게 낮아졌다. 결국 성장률 둔화의 명암 차는 노동투입의 차이에서 비롯된 셈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 지속적인 이민유입 등에 힘입어 인구구조 여건이 우리와 달리 비교적 양호하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 압력에 시달린 독일을 보자. 독일은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3%에서 이후 1.7%로 올랐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이나 총요소생산성은 각각 1.3%에서 1.0%, 0.8%에서 0.7%로 소폭이나마 감소했다. 자본투입도 둔화했는데 대신 노동투입이 0%에서 0.6%로 증가하면서 독일의 경제성장률 반등을 견인했다.

사실 생산성 둔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공통된 추세다. 생산성 혁신을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아이러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의 놀라운 역량이 주목받지만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효과보다 오히려 일자리 상실과 수요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노동대체형 AI보다 노동능력의 증강에 초점을 맞춘 AI 혁신의 필요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서 생산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저해나 고용감소와 같은 식으로 전개되는 생산성 혁신은 경제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생산성에만 매달리기보다 경제 전반에 미칠 효과, 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완충장치로서 고용의 역량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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