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ESG 삼라만상-하늘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2023.02.20 02:05
나석권 원장

'플라이트 셰이밍'(Flight Shaming)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청정국인 스웨덴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비행기가 기차보다 이산화탄소가 무려 77배 많이 나온다고 해서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기 전까지 항공기는 전 세계 배기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 생기다 보니 유명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 때 탄소배출이 많은 항공기를 피해서 태양광 요트를 이용해 대서양을 건넜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 단어로 인해 실제 항공업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로 항공업계가 중심이 돼 지속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라고 하는 SAF 개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는 화석연료가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폐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로서 비록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은 2~5배 비싸지만 전 주기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최대 80%나 감소시킨다고 한다. 실제 여러 항공사는 SAF 개발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2021년 12월 SAF만으로 운항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도 있어 멀지 않은 시기에 하늘을 누비는 비행기들의 탄소배출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비행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수소항공기 개발 노력이다.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탄소 무배출항공기를 취항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는데 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을 수소추진엔진으로 개조하는 실험을 진행 중에 있으며 늦어도 2026년 말까지는 비행실험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 야심찬 실험에는 에어버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프란과 미국 GE, 영국 롤스로이스까지 합세해 일명 '플라이제로팀'(Fly Zero Team)이라는 연합체까지 구성됐다고 한다.

셋째, 군사작전용에서 사용되는 군용 드론을 위한 '인공등유' 개발 움직임도 새롭다. 2022년 3월 기술전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공군은 음식물찌꺼기 등을 사용해 만든 인공등유를 개발해 길이 4m짜리 무인 드론을 20분간 비행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인공등유는 당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물쓰레기 등에 박테리아와 특수화학물질을 넣고 가열해 만드는데 별도의 대규모 시설 없이도 생산 가능하다고 한다. 인공등유 실험은 탄소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군사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비교적 간단한 장비만으로 생산 가능하다고 하므로 적의 공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연료보급망을 설치하지 않고도 전장에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군의 작전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는 영국의 바이오회사와 미 해군이 공동참여했고 이번 시험생산량은 15리터 정도였으며 차차 유인비행기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다.

이처럼 플라이트 셰이밍으로 촉발된 항공업계의 친환경 움직임은 서서히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ESG 세상에서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은 아직 '말'(공약)로 '행동'(ESG실천)에 대해 '변명'하기에 급급하지만 선도적인 위너는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행동'(비즈모델 혁신)을 통해 그들의 '말'(공약)을 하나씩 '증명'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너들의 선구자적 행동들이 더욱 확산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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