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갭투자한 청년의 고통[MT시평]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2023.02.21 04:05

[기고]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빚으로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 높은 집값은 고통일까? 당연한 답이지만 이는 시차를 두고 집값이 오르는지 아니면 떨어지는지에 달려있다. 일단 빚으로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 지금 높은 집값은 주거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왜냐하면 높은 집값에 따른 큰 대출은 대출자에게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출 원리금 중에서 이자 지출은 주거비의 직접적 비용으로 계산되고 원금 상환은 다른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기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지금 집을 구매하는 것이 미래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회피하는 방법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2021년 집값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전년도대비 9.9%를 기록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불안해진 청년은 가능한 모든 부채를 끌어모으는 '영끌'과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집을 소유하는 '갭투자'를 활발히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2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BIS 기준 105.6%로, 조사 대상인 43개 주요 국가 중 스위스와 호주 다음으로 3위이다.

일반적으로 연령대별 가계부채 분포에 따르면 생애주기 관점에서 50대 후반을 중심으로 역U자 형의 모양을 가진다. 30대 이하 청년은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매 등으로 금융부채를 증가시킨다. 점차 중년으로 갈수록 소득과 자산의 증가와 함께 부채를 더 늘리면서 5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부채가 정점을 이룬다. 그리고 50대 후반 이후에는 갈수록 근로소득의 감소와 함께 빚을 줄이는 디레버리징에 나선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분포상 특이한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30대 청년의 부채가 50대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일찌감치 50대 초반부터 빚을 줄였지만, 청년은 가능한 모든 빚을 끌어모으면서 집을 구매한 것이다. 즉 세대 간 부채 이전 현상이 집을 매개로 이루어진 모습이다. 심지어 2019~2021년 기간 중엔 30대 청년이 주택매수의 가장 큰 주요 연령층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기간 중 전체 주택거래에서 차지하는 연령별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30대 이하가 2019년 25%에서 2021년에는 27%로 확대되었고 이 비중을 수도권에 한정할 땐 31%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20대와 30대의 주택구매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주로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무자본 갭투자로 나타난다. 2020년 3월 ~ 2021년 7월 기간 중 20대와 30대의 서울지역 갭투자비율은 71%, 49%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서면서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2년 작년 한 해에만 8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다. 빠른 금리 인상 등으로 2022년 집값은 ?4.7%를 기록하면서 2003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023년 들어서자 추가로 금리 인상까지 단행했다. 결국 20대와 30대 청년은 집값 고점에 영끌과 무자본 갭투자로 집을 구매한 것이다.

앞으로 집값 하락이 지속될수록 청년은 샀던 집을 되팔거나 금리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갈 때는 일반적으로는 거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빚을 내 집을 사들인 청년에게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 증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게 된다. 주목할 점은 가계부채의 부담이 세대 간 부채 이전 등으로 특정 청년 연령대에 집중될 땐 세대 간 갈등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전에 과도한 빚을 지게끔 했던 경제적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부채 수준에 따른 리스크 점검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무자본 갭투자에 대한 개선도 한 방면일 것이다. 이러한 개선을 위한 일례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가율 기준을 70~80%로 낮춘다면 과거 주택시장에서 과도한 갭투자 유인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