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한민국 창업생태계 관전기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3.02.27 02:03
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최근 경기가 후퇴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는 하나 대한민국 창업생태계는 풍성하다. 미국의 '스타트업게놈'(Startup Genome)이 발표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22)에 따르면 서울은 어느덧 글로벌 280개 도시 중 창업하기 좋은 도시 10위로 올라섰다. 기술창업은 약 24만곳(2021년 기준)으로 급증했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도 23개사나 되니 대단하다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유니콘 23개사 중 기술기반 기업이 2022년 기준으로 3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세계적 유니콘 트렌드와 우리 창업생태계가 동떨어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세계적 유니콘이었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출발을 보면 모두 차고를 빌려 시작한 공통점이 있다. 창업 출발장소인 차고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창업에 필요한 돈이 없고 마땅한 장소도 없는 열악한 상태라는 점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남들에게는 없던, 또는 보지 못한 기술과 그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확신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많은 난관을 이기게 하는 동력이다. 물리적 공간과 돈에 앞서는 것이 자신의 사업에 대한 확신이며 믿음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자 중 이런 확신에 차 있는 기업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튼 대한민국 정부는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성공패키지,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등 창업과정에서 혹시라도 누락된 것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빼곡한 창업지원 생태계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창업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이스라엘 청년들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서울 소재 일류대학을 나온 이과계 최고 인재들이 제일 선호하는 것이 의전원에 가는 것이고 문과 졸업생들은 대기업 공기업, 그리고 공무원이 되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일류인재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안정 또 안정'이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위험의 감수'며 지치지 않는 '끈기'다. 지치지 않고 계속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의 원천은 내 사업에 대한 확신이다. 그렇다면 그 확신은 어디서 올까. 하늘의 계시를 통해 얻은 확신이 아니라면 확신의 원천은 본인이 얻은 지식과 경험이다. 청년들의 창업모델은 대부분 그들의 경험을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것이 판매, 배송, 반려동물 관련 사업, 인력알선 등 본인들의 생활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개선하는 것이다. 한 가족이 먹고살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꾸는 유니콘이 되기는 어렵다.

2023년 새해에는 10대 첨단 미래산업 분야의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대해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업력 10년의 스타트업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업력 10년의 경험이 창업자가 자신의 기술에 대해 확신을 갖는 기간이기를,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그들이 겪는 어려움의 시기를 단축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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