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Z세대가 뒤집다…'독재 끝' 방글라데시, 18년만에 민주선거

성난 Z세대가 뒤집다…'독재 끝' 방글라데시, 18년만에 민주선거

김종훈 기자
2026.02.12 17:01

하시나 전 총리 2024년 대학생 시위로 실각·국외 도피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한 여성이 이날 투표 후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한 여성이 이날 투표 후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2024년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장기집권을 끝낸 방글라데시가 12일(현지시간) 총선거를 치렀다. 하시나 전 총리가 군부를 무너뜨린 2008년 이후 18년만에 사실상 처음 갖는 민주 선거로 평가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방글라데시 의회인 '자티요 상샤드' 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총선을 진행했다. 50개 정당이 후보를 냈으며 무소속을 포함해 2000명 이상이 출마했다. 후보자 대부분은 남성이다. 로이터는 유권자 49%가 여성임에도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83명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선거 구도는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과 이슬람주의 정당 '자미트 이슬라미'의 대결 양상이다. 하시나 전 총리가 몸담았던 아와미 연맹은 출마 금지 조치로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과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도 동시에 진행된다. 과도 정부 수립과 의회 양원제 개편, 여성 참정권 확대, 사법부 독립성 강화와 총리 임기 제한 등이 골자다.

유권자 명부에는 1억2800만 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절반이 18~35세였다. 18년만의 민주선거인 점을 고려하면 하시나 전 총리 집권기 선거에 참여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다.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하시나 전 총리 축출 이후 임시 정부 수장을 맡았던 무함마드 유누스는 "이번 선거는 평범한 선거가 아니"라며 "오랜 기간 쌓인 분노와 불평등, 가난, 불의에 억눌렸던 유권자들이 깨어나 헌법적 수단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로, 1996년 처음 총리직에 올랐으나 5년 후인 2001년 민족주의당에게 정권을 내줬다. 하시나 전 총리는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이겨 군부로부터 정권을 가져왔으나 이후 독재로 흘러 2024년 실각할 때까지 집권했다.

[다카=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대학생들과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7월 봉기’(2024)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2024년 7월 공무원 할당제 반대 시위로 시작된 학생 시위는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반정부·반독재 투쟁으로 확대됐고, 8월 5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총리 관저를 점령하면서 당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퇴진해 인도로 망명했다. ‘7월 봉기’는 방글라데시 현대 정치사에서 최대 규모의 반정부 봉기로 평가받는다. 2025.08.06. /사진=민경찬
[다카=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대학생들과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7월 봉기’(2024) 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2024년 7월 공무원 할당제 반대 시위로 시작된 학생 시위는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반정부·반독재 투쟁으로 확대됐고, 8월 5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총리 관저를 점령하면서 당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퇴진해 인도로 망명했다. ‘7월 봉기’는 방글라데시 현대 정치사에서 최대 규모의 반정부 봉기로 평가받는다. 2025.08.06. /사진=민경찬

2024년 하시나 전 총리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공무원 자리의 30%를 할당한다는 정책을 시행하려다 위기를 자초했다. 극심한 빈부격차, 취업난으로 고통받던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셌다. 장기간 독재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정권반대 시위가 급격히 확산됐다. 하시나 전 총리는 시위 초반 강경 진압을 시도하다 실패했고, 시위대가 수도 다카의 총리관저로 몰려들자 인도로 도피했다.

유엔(UN·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8월 방글라데시 시위로 최대 1400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정치 재판이라며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이와미연맹 출마가 금지된 것을 두고 "배제에서 태어난 정부는 국가를 통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국제위기감시기구의 토마스 킨 선임 컨설턴트는 "방글라데시에서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 모든 정당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그렇게 된다면 방글라데시가 민주주의 개혁에 접어들었음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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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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