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오픈이노베이션, 필수인가 선택인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
2023.06.23 02:05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

최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개방형 혁신으로도 불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기업이 내부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외부조직 및 관계자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등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용해 대기업들은 신시장, 신사업 창출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기술 공동개발과 비즈니스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오픈이노베이션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을까.

디지털 경제가 고도화하고 지적 업무가 늘어난 동시에 직원들의 이직도 증가하면서 지식자산의 통제가 어려워진다. 또한 벤처캐피탈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외부기술을 통한 사업화가 쉬워졌다. 그로 말미암아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비용은 증가하고 제품 사이클은 축소돼 내부기술혁신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은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고 적은 비용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이 가진 국내외 네트워크와 거대자본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케일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오픈이노베이션은 양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으나 여기저기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첫째,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불공정관계를 들 수 있다. 가령 대기업이 투자를 제안했다가 주요 기술자료만 받고 투자를 철회하기도 한다. 또 M&A 진행 중 스타트업의 기술유출을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를 대하듯 독점권 또는 자동연장 요구, 무료서비스 요청 등 무리한 요구사항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런 불공정 관계에 대해 기록하고 자문, 중재하는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들이 혁신을 지향하는 문화로 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임직원은 사내정치에 파묻혀 외부와 협력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사내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과 혁신문화 추구가 기업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또한 기업은 혁신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가지고 협력과 소통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기업은 실패에 대한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으며 성공에 걸맞은 보상체계를 갖춰 직원들이 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이 혁신을 위해 필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기업벤처링 및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사 수준에서 추진해야 한다. '무늬만 혁신'이 아니라 신사업을 통해 기업 전체가 혁신하겠다는 전사적 목표를 추구하되 사내벤처팀이 신산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셋째,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연구와 교육, 대기업-스타트업의 협업 인프라가 부족하다. 대기업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나 출자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에 진입한다. 그런데 이런 출자 관련 제도는 다소 규제완화가 이뤄지긴 했으나 여전히 오래된 재벌규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네이버, 카카오나 글로벌 빅테크에 M&A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해 일관적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서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픈이노베이션 컨설팅, 교육, 컴업(Comeup)과 같은 국내외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의 기술·아이디어 유출, 도용문제에 대응하고 국내 스타트업 및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과제를 상시적으로 공개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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