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HE' 준회원국 효과 높이려면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전 EU 연구총국 파견관)
2024.04.05 04:00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열린 구조다. 우주와 자연의 언어인 수학과 과학적 방법론에 기초한다. 기초과학과 원천연구는 물론 산업기술도 국제적 동료평가와 특허 등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산업기술을 보유할수록 공공부문의 기초원천연구는 외부로 향해야 한다. 전세계 R&D 투자 중 한국의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95.5%의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며 어느 연구팀이 우리와 경쟁하는지 알고 전략적 파트너로 삼을지, 경쟁할지를 판단해야 4.5% 투자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도 글로벌 R&D 협력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협력하는 비중이 크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5일 한국의 '호라이즌유럽'(Horizon Europe·HE) 준회원국 협상 타결은 반갑다.

HE는 유럽연합(EU)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2021~2027년 총 955억유로(약 139조원)를 투자한다. 그간 EU 회원국과 인근 국가들이 주된 참여 대상이었으나 호혜적 연구협력이 가능한 6개국에 준회원국 가입을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가입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처음이다. EU가 미국 다음가는 기술 선진국들의 연합인 점을 고려할 때 EU와 우리나라 연구자간 교류·협력의 장이 확대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EU의 R&D 생태계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협력적이다. 유럽을 단일 연구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 27개 회원국간 협력을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번 준회원국 가입으로 체계화·고도화한 EU의 R&D 기획·선정·평가시스템을 습득, 우리 R&D 시스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준회원국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EU 내 연구 주체들과의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HE는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컨소시엄에는 최소 3개국 이상의 연구 주체가 참여한다. 이를 한국과 유럽 연구자간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협력분야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HE가 지원하는 연구혁신분야 중 국내 연구역량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참여분야와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셋째, 국내 연구생태계를 글로벌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연구자들이 국제적인 연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준회원국 분담금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EU 연구프로그램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담금으로 조성되는 HE 예산 성격상 EU의 과학기술정책 및 연구사업들은 기획·승인과정에서 당위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이에 연구사업의 내용이 체계화하고 준회원국으로서 전략적 협력분야의 핵심 연구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기에 용이하다.

이와 함께 준회원국 가입은 정치적 측면에서 한국과 EU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EU는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내수시장이 거대하다. 한국 기업은 연구 컨소시엄 참여로 유럽 내 새로운 시장진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