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삼성의 인재경영

임동욱 기자
2024.11.29 05:45

삼성을 세운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신조는 '인재제일(人材第一)'로, 인사는 언제나 그의 경영정책 중 최우선을 차지했다. '인재 사관학교', '삼성맨' 신화는 이같은 창업자의 철학에서 시작됐다.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탁월한 경영자인 동시에 인사 전문가였다. 경영자는 자기 일의 반 이상을 인재를 찾고 키우는데 쏟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평생 사람을 진지하게 연구했던 이 선대회장은 경영자가 조심해야 할 인간 유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스맨'은 해바라기형으로 언제나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자신의 소견은 없다. 문제는 숨기고 본질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알더라도 말하지 않는다. '관료화된 인간' 주변에는 권위주의자, 형식주의자들이 많이 모인다. 이런 사람 밑에선 큰 인물이 자랄 수 없고 자율과 창의가 꽃필 수 없다. '화학비료형 인간'은 생색이나 내고 자기를 과시하는데 열심인 사람이다. 이 선대회장은 이런 사람들이 능숙한 말솜씨로 여러 가지를 말하는데, 대개 1인칭('나')이 아니라 3인칭 화법('삼성 임직원은')을 즐겨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선대회장이 경계했던 유형에는 '스파이더맨'도 있다. 이들은 학연, 지연, 혈연을 부지런히 찾아 연줄을 만드는데, 실력보다는 연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런 유형은 파벌을 조성해 인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

대신 그는 '소신파' 인재를 원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프로 기질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당당하게 주장을 펴고 고집이 세서 타협이 어렵지만, 결국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인재라고 했다.

이 선대회장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변화 추구형 경영자가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변화 기피형 경영자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변화 기피형 경영자는 스스로 혁신에 앞장서기는커녕, 부하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까지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좌절시킨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결국 부하들은 지시받은 일에만 매달리게 되고, 조직 전체적으로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에는 '소신파', '변화 추구형' 인재가 필요하다.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선 삼성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예스맨', '스파이더맨' 등은 과감히 정리해야 하고, 인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27일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 각 계열사들도 내년 사업을 책임질 경영진 재편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경영진단실도 부활시켰다.

여기서 멈춰선 안된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부당합병 의혹 2심 최후진술에서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삼성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이를 방해하는 '과거의 잔재'들을 잘라내야 한다. 칼자루는 이 회장이 쥐고 있다. 삼성의 전진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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