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은 '순환 보직'이어서 중앙 부처와 달리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국가 발전 전략인 '지방거점 대한민국 개조론'을 발표하면서 분절화된 행정 체계와 부처 이기주의를 균형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서울과 수도권, 중앙정부에 과도한 권한과 자원이 집중되는 왜곡된 거버넌스가 '창의 행정'을 막고 '지방 소멸'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통합형 인재인) 서울시 공무원들이 중앙 공무원보다 현장과 해법을 훨씬 더 잘 안다"고 추켜 올리기도 했다.
나라 살림인 '국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시정'을 단순 비교하기는 물론 어렵지만 인구 900만명 수도 서울의 시정은 '국정의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종합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경제·복지·교통·환경·부동산(건축·개발)은 물론 도시외교로 공공 외교도 담당한다. 최근 일본 모리재단이 발표한 '도시 종합경쟁력지수'에서 서울시가 한 계단 오른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린 게 단적인 예다. "서울시에 군대(국방)만 빼면 다 있다"고 하는 얘기가 아주 과장은 아니다. 중앙 정부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각 실·국·본부의 인사 교류가 자유롭고 부서 간 장벽도 상대적으로 헐겁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다양한 경험에서 해법을 찾아내는 '창의 행정'을 구현하기에 좋은 조건인 셈이다.
오 시장이 민선 8기 취임 직후인 2023년 초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창의 행정'을 신년 화두로 제안한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창의행정담당관' 직제를 신설한 것도 이 무렵이다. 새로운 시각과 적극적 시도로 창의 행정 사례를 발굴하고 평가·확산하자는 게 취지였다. 지난 2년 간 성과도 적잖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창의 행정 아이디어가 4156건에 달했고, 113건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제안 실행률이 95.3%(105건)에 이른다. 대개 서울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소소한 불편을 바로 잡는 정책들이다. '지하철 15분 이내 승하차시 요금 면제' 제도가 실례다. 지하철을 잘못 탔거나 급히 화장실을 이용할 때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과정에서 지하철 요금을 두 번 지불해야 했던 불편이 해소됐다. 1년 간 제도 개선의 혜택을 본 시민이 약 1800만명(연인원)에 달했다.
'창의 행정' 도입 이후 2년 만에 서울시가 새롭게 던진 화두는 '규제 철폐'다. 시민 일상과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 아예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도 "규제 철폐가 민생경제 살리기"라며 "규제 권한의 절반을 덜어낸다는 각오로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건설과 도시규제 분야에서 벌써 4건의 규제철폐 과제를 선정하는 등 빠른 실행속도도 눈에 띈다. 공무원들로부터 한 달간 아이디어를 받고, 100일 동안 서울시민의 제안도 접수한다. 경기침체와 극도의 정국 혼란, 리더십 부재로 민생고가 나락으로 치닫는 가운데 서울시의 규제 철폐 실험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쏘시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려면 공무원들이 창의 행정과 규제 철폐의 주체로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