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를 참관할 기회가 생긴 필자는 다양한 국가와 기업의 제품을 둘러보면서 이번 전시회의 슬로건인 '다이브 인'(Dive in), 즉 몰입은 AI에 몰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CES에서는 AI 관련 전시품이 50% 이상 증가했고 로봇, 드론, 모빌리티, 가전, 헬스케어 등 전영역에 AI 기능이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에서 물리적(physical) AI,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시대를 예고했다. 물리적 AI란 AI 기술이 가상세계에 머물지 않고 현실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거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로봇, 자율주행차다. 인간은 AI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물리적 실체로서 경험하게 된다.
로봇은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인간의 동작을 모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작업을 지원하거나 대체하며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과 교감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손가락으로 계란을 집어 냄비에 삶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알고리즘에 따라 단순 반복적 작업만 가능하던 로봇이 AI 두뇌를 탑재해 인지, 추론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다음 AI의 개인비서(personal agent)화 경향이다. 이는 단순히 이용자의 요구에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행계획을 세워주고 이를 알려줌으로써 중요한 일정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AI로 SK텔레콤은 'CES 2025'에서 '에스터'를 선보였다. 에이전트 AI는 아마존 등 빅테크 외에 가전사, 통신사도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수익모델로서 가능성이 주목된다.
나아가 온디바이스(on device) AI 경향도 뚜렷해졌다. 기존 클라우드(cloud) AI는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앱을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통신연결에 따른 트래픽 과다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 보안이슈가 있지만 온디바이스 AI는 기기에서 바로 명령을 실행할 수 있어 이런 문제가 없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칩을 경량화해 기기에 탑재하는 것으로 퀄컴, 인텔, 삼성전자 등이 이를 주도한다.
물리적 AI,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전트 AI, 온디바이스 AI화의 경향은 기존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생성형, 클라우드 AI에 대한 도전으로서 의미를 가지며 더이상 AI가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CES 2025'엔 미국, 중국, 한국 순으로 많은 기업이 참가했고 지난 10여년은 한국과 중국의 가전·컴퓨터업체의 대결이었지만 올해는 일본 기업이 대거 참가한 것이 특색이다. AI를 통한 디지털 패권을 꿈꾸는 일본은 대표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가 우븐시티(Woven City)라는 AI 기반 스마트시티를 선보였고 혼다는 전기차에 AI 기반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파나소닉은 AI 기반 에너지관리 솔루션을 전시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MS 등 미국 빅테크들은 CES에 참가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다른 기회에 신제품을 소개함으로써 첨단기술 경연장으로서 CES의 의미는 반감됐고 오히려 스타트업의 신기술 경연장으로서 의미가 부각됐다. 한국은 올해도 삼성, 현대차,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의 지원을 받은 600여개 스타트업과 지원기관이 참가했다.
'CES 2025' 전체를 관통한 기술은 데이터와 AI다.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경험을 수집해 AI가 이를 분석하고 추론해서 초개인화한 서비스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제공한다. 한국도 CES에서 나타난 AI 미래를 거울삼아 AI 3대 강국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