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트럼프의 유산

김주동 국제부장
2025.01.20 04:02
도널드 트럼프의 음원 '저스티스 포 올'의 표지 이미지

지난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통해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큰 우려"를 표했다. 과두정치를 우려했고, 미디어 기능 약화 속 권력 남용을 걱정했다. 트럼프 주변이 충성도 높은 인사로 채워지고 사업가 일론 머스크의 권력이 커진 데 대한 견제다. 트럼프에 다가가려는 메타가 SNS 팩트체크 기능을 없앤 점도 꼬집었다.

4년 전 취임한 바이든은 동맹을 챙기고 국제기구에 복귀하는 등 트럼프와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렇지는 않았다.

그도 트럼프의 운영 방식을 일부 받아들였다. 주로 동맹국 아닌 중국을 겨냥했지만 '국가안보'를 내세워 여러 가지 무역통제 정책을 꺼냈다. 임기 말에는 같은 이유로 동맹국 기업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거래를 막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2018년 3월 다수 국가의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추가관세 조치를 내린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조사해보니 철강·알루미늄 수입 상황이 국가안보 위협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었다. 국가기간 산업이고 군사용으로도 필요한 소재이긴 하나 철강·알루미늄을 국가안보 문제로 연결 짓는 데 대해 여러 비판도 따랐다. 그러나 이제는 '이상하지만 익숙해진' 논리가 됐다. 바이든도 이어받은 생명력 있는 트럼프의 유산이다.

이런 트럼프가 20일 좀 더 준비된 모습으로 다시 온다. 이미 그는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다.

경제 면에서 트럼프의 움직임은 커진다. 1기 때 관세를 무기화한 그는 이제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생각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국가 경제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상사태 선포 시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근거해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조치가 쉬워진다. 트럼프는 2019년 이민 문제 관련 멕시코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려다 당내 반발 및 멕시코의 국경통제 강화로 접은 적이 있다. 이번에 비상사태를 발동하면 근거가 뭐냐는 비판이 따르겠지만 그럴싸한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당선인은 영토 확장 의지도 내보인다. 파나마운하, 그린란드(덴마크령)가 미국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협상 방식일 수 있지만 안보를 이유로 다른 나라 영토를 건드리는 '선을 넘는' 행위에 세계가 익숙해진다면,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만족해 할 것이다.

파장은 다른 쪽에도 퍼진다. 지난 2023년 3월 주간 판매 1위(빌보드 기준)에 오른 트럼프의 음원 '저스티스 포 올'(Justice for All)은,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부정하고 2021년 의사당을 습격해 수감된 피고인 합창단이 부른 미국 국가 사이사이 트럼프 취임선서가 들어있는 곡이다. 지난해 4월 타임이 트럼프를 인터뷰했을 때 그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는 이 노래가 있었다. 트럼프는 당시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이들 대부분의 사면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2023년 브라질에서 벌어진 똑닮은 의회 난입 사건에 영향을 줬다. 국내에서도 18일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법원 담장을 넘고 기물을 파손해 80명 넘게 체포됐다. 지지자 일부는 미국 대선 불복 시위자들이 쓴 'Stop The Steal'(스톱 더 스틸) 문구를 들었다. 미국 법무장관 후보자인 팸 본디는 "법 집행자들에 대한 어떤 폭력도 규탄한다"고 말했지만, 의회 난입 관련자의 사면 성사 시 국내외에 부정적인 여파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트럼프를 겪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회고록 '자유'에서 그에 대해 "한 국가의 성공이 다른 국가의 실패라고 생각했다"면서 협력의 성과를 믿지 않는 인물로 평했다. 2기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을 위해 과격한 행보를 보일 것이고, 최강국 지위를 바탕으로 이는 효과를 볼 것이다. 각국은 자국 보호를 위해 대응도 해야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그의 행보가 기존 세계 질서를 어떻게 흔들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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