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같지 않은 새해가 밝은 지 20여일이 지났다.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새해맞이 신년계획을 얘기해보자. 우리는 개인, 기업, 국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새해 계획을 세운다.
우선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영어로 'New Year's Resolution'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 공통적으로 새해엔 뭔가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자신이 정한 새해 결심일지라도 1년 동안 지키기가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가 이를 증명한다.
거의 매년 되풀이된 나 자신의 작심삼일 사례들을 반성하며 새해 결심의 달성률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내 정답은 너무 어렵지 않은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자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책 많이 읽기'를 새해 목표로 삼는다면 '매달 한 권씩 읽기'보다는 '매일 하루에 다섯 페이지씩 읽기'와 같이 자주, 구체적으로, 반복적으로 실행하고 점검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소박한 목표일지라도 한 번 성공의 기쁨을 경험하면 그 다음 해에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두 번째로 회사 차원에서 신년 업무계획을 생각해보자. 제대로 된 미래 계획은 과거 업무계획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세한 원인분석과 후속조치가 전제돼야 한다. 성공한 계획은 실무진의 노력의 산물인지, 거시경제지표가 향상된 덕분인지, 그리고 실패한 계획은 정말 그 팀의 잘못인지, 아니면 방향설정을 잘못한 경영진의 책임인지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 화려한 계획과 숫자목표만 있고 그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방법론(how)이 없다면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회의는 바쁜 회사 중역들이 새해 덕담을 하는 모임에 그칠 뿐이다.
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1년 단위 단기계획도 수립하지만 3년 내지 5년 후의 중장기 계획도 수립한다. 기업의 중장기 업무계획에선 매출액, 영업이익 등 숫자목표가 제시되는데 결과에 해당하는 숫자보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처럼 투자회사 대표로 일하는 사람이 5년 후 자산운용 목표규모를 지난해 실적의 3배로 확대하는 것으로 정했다면 자산운용 규모 3배 확대에 필요한 예산, 인원은 어떻게 확보하고 어떤 성격의 신규 펀드들을 설립해 운용규모를 늘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5년 후 목표의 달성방법을 찾기 위해 회사 구성원끼리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설정한 중장기 목표를 직원들이 체화하면서 달성확률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에서 업무계획도 생각해보자. 지난 2~3년간 정부 정책과 관련해 내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의대정원 이슈였다. 왜냐하면 고령의 아버지 등 내가 돌봐야 하는 가족들이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겪은 불편함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인구 노령화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의대증원을 추진한 정부의 취지는 이해되나 과연 사전에 치밀한 계획수립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최근 2~3년간 한국 사회는 이태원 참사, 의료대란, 계엄과 폭력사태, 무안국제공항 참사 등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K컬처 등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런 부정적인 일들은 현재의 한국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세계 최저 출산율, 노령화문제, 국민연금 개혁 등 정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을 필요로 하는 이슈가 산적하다. 부디 10년, 20년 후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진보-보수 등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집행될 제대로 된 신년 계획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