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규제와의 전쟁

임동욱 정책사회부장 겸 문화부장
2025.02.03 05:45

# 우리나라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국가와 지자체라는 방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는 규제를 만들고, 공무원은 '규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규제는 합리적일수도,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규제의 기준이나 조건을 어떻게 정할지가 관건이다.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

# 규제는 관(官)의 힘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룰루, 제임스 로빈슨의 차기작 '좁은 회랑'에는 아프리카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의 농담이 담겨있다. 이 나라는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지금까지 6차례 헌법이 개정됐고 그때마다 제15조는 변하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알아서 해결하라'였다고.

다시 확인하지만 이는 농담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적절한 농담'이라고 꼬집는다. 국가는 마땅히 시민 간 분쟁을 해결하고 그들을 보호하며, 교육과 보건, 기반시설 등 핵심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콩고인들의 국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고, 이 결과 국민들은 참혹한 내전 속에서 스스로 삶을 꾸려가야 했다.

# 규제는 원초적 존재다. 기원전 4세기 플라톤이 쓴 '국가'에는 이상적인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플라톤은 시가와 음악이 젊은이들의 도덕성과 성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적절한 내용이나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은 국가가 검열하고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저자 호메로스는 당시 플라톤의 눈에 '제재 대상'이었다.

규제는 사회 발전과 함께 팽창한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연방 규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77년 윌리엄 릴리 3세와 제임스 밀러 3세가 작성한 '새로운 사회적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규제 활동을 기록한 문건의 페이지 수는 1970년 2만36쪽에서 1975년 6만221쪽으로 늘어났다. 규제 법령의 실행 규정인 연방 규정집의 분량도 같은 기간 5만4105쪽에서 7만2200쪽으로 불어났다. 정부는 점점 더 많은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 기관을 설립했고, 관련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규제가 너무 많아졌다. 사회가 규제에 의해 질식 상태에 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감히 정리하고 가야 할 때가 됐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미국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자유시장 경제는 규제가 적을수록 더 잘 작동한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도 "규제는 '최소한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서울시 규제 권한의 절반을 덜어낸다는 각오로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시민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규제철폐'를 선언한 이후, 서울시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들어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신고할 수 있는 '100일 집중 신고제' 를 가동했고, 규제철폐 안건을 논의한 지 약 20일만에 1, 2호 규제철폐안을, 나흘 뒤엔 3, 4호 철폐안을 내놨다. 또, '규제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를 통해 시민의견을 들은 지 사흘 뒤엔 즉시 개선이 가능한 2건에 대한 규제 철폐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출발은 좋았지만, 앞으론 쉽지 않을 수 있다. 규제는 번식력 강한 식물 같은데다, 잡초만 뽑아내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규제를 없앤다는 것은 규제기관의 '힘'을 조절하는 것이어서 보이지 않는 저항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규제 철폐의 속도가 느려질수도 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고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끈기가 필요하다. 오 시장과 서울시가 '규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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