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장르는 수요나 시장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현장이나 사실에 바탕을 두므로 실제 감흥이 크다. 아울러 다른 영상콘텐츠보다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가볍게 소요된다. 해당 분야나 인물이 관심이 있는 팬덤이 확고한 경우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클 수 있다. 극장업계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창작영화는 물론 블록버스터, 속편 영화조차 힘을 쓰지 못하는 극장가에서 팬덤이나 지지자 관객이 만들어내는 N차 관람의 다큐멘터리가 효자노릇을 한다. 콘텐츠 유통이란 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플랫폼이나 OTT를 통해서도 언제 어디서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찍부터 넷플릭스가 상당히 공을 들였고 실제 성과를 보이는 이유다.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다큐멘터리가 오는 3월 개봉을 두고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이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기에 정치적인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선택이다. 이렇게 정치인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자신을 홍보하게 된 것은 바뀐 문화 트렌드의 흐름이 반영된 현상이다. 앞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은 정치권에서 많이 회자됐고 공전의 히트작이 돼 인물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관객의 관람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건국전쟁'은 진영논리의 관점에서 영혼 보내기 현상도 이뤄졌다. 즉, 관람을 독려하거나 관람객을 동원하는 양상도 보였다. 나아가 2024년 4·10 총선을 두고 '건국전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명한 '길 위의 김대중'과 맞대결하는 양상이 되기도 했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지지자 팬덤이 있을 때 가능한 현상이었다.
물론 지지자나 팬덤 관점에서 다큐멘터리에 주목한 것은 정치가 우선은 아니었다. 아이돌 가수에서 시작해 임영웅, 남진과 같은 대중가수의 콘서트영화를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가수 관련 영화관람은 팬덤이 있기에 가능하고 정치도 팬덤정치화가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이전에 정치팬덤을 모으는 방법은 저서의 출간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책은 여러모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상세대에게도 적절하지 않다. 물론 이전에도 다큐멘터리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을 모으는 일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기에 속했다. 최초의 정치인 팬덤 노사모에 상당기간 영향을 미쳤거나 확장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때 다큐멘터리는 사후(死後)에 팬덤이 더 결집하는 매개체였다. 이와 비교할 때 이준석 다큐멘터리는 현역 정치인 최초 다큐 상영이라는 이유다.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과 정치철학, 비전을 제시해 지지세를 모으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김대중, 이승만, 노무현 다큐멘터리와 달리 자신이 직접 주도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아직 평가가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사안을 자의적으로 다룰 때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과정에서 유의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작비를 모으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의원의 사례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불법 정치자금 모금이 아니냐는 민원이 제기됐다.
새로운 문화현상에선 언제나 현행 법체계와 마찰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법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사안에 따라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기에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 쉽게 접근했다가 오히려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다큐멘터리는 공신력 있는 창작자의 객관적인 연출일 때 작품성이 인정된다. 더구나 다큐멘터리 자체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본질이기에 홍보콘텐츠와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권은 팬덤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