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급결제의 혁신, 스테이블 코인

이규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2025.04.16 05:24

'거래'(去來)는 주고받는 것이다. 대가를 맞바꾸는 것이 보장될 때만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수단은 '결제의 동시성'이다. 전자상거래·전자금융의 시대인 최근에도 중고물품 거래 등에서 여전히 대면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다. 원칙에는 예외가 존재할 수 있다. 바로 상대방 또는 제3자의 신용이 제공되는 경우이다. 오늘날에는 신용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이나 증권·자금의 청산결제 인프라시설 등이 신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신용에는 비용이 따른다. 신용카드 수수료, 국제송금 시 환전수수료와 시간 등 기회비용이 예다. 하물며 거래 규모가 작거나 시스템 구축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없는 경우에는 제공되는 신용이 존재할 수 없다. 최근 위메프, 티몬, 발란 등 일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미결제 사태는 제3자의 신용보강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에서 거래 당사자의 선의에만 의존하다 보니 일방의 결제 후 반대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리스크가 현실화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서 스테이블 코인이 의의를 갖게 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통화 등 준거자산과의 1대1 교환이 보장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에 필요한 '신용'을 '기술'로 대체한다.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하면, 별도의 제3자의 신용이나 청산결제 시스템 없이도 동시결제가 가능해진다.

이 기술이 주는 실익은 명확하다. 상대방 또는 제3자가 제공하는 신용 없이도 거래의 동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토큰 증권 거래에서는 일반 증권과 달리 고비용의 청산·결제 인프라 없이도 동시결제가 가능하다. 전자상거래에서는 물품 인수시점에 자금이 이체되도록 구현할 수 있다. 국제송금에서는 복잡한 정산구조를 제거한 채 빠르고 저렴한 송금이 가능하다.

이미 세계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실제 토큰 증권 거래플랫폼에서의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른바 'GENIUS' 법안 등 근거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역시도 한국은행이 민간은행과 함께 최근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기반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CBDC를 기반으로 은행은 예금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은행들도 예금 토큰을 발행하기 위한 메인넷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과제는 제도다. 정부가 준비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2단계 입법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에 관한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행자격, 준거되는 담보자산의 보유의무, 발행자 파산 대책 등 이용자 보호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송금·이체에 관한 법체계와 법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이전에 관한 법체계와 법리도 필요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술로 거래에 필요한 신용을 대체해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이에 기술·법·제도가 조화롭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이규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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