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내가 따르면 70엔, 직원이 따르면 700엔?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5.04.18 02:05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일본 도쿄의 시부야와 하라주쿠를 연결하는 '캣스트리트'라는 골목이 있다. 이 좁은 골목길은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고 독특한 브랜드숍과 중고품가게, 레스토랑이 늘어선 도쿄 시내의 전형적인 뒷골목이다. 그런데 이 골목에 다소 특이한 카페가 탄생했다.

이 점포의 이름은 '궁극의 셀프카체, 몽카페(Mon Cafe)'인데 가게이름과 함께 전면에 내걸린 안내문구가 확 눈길을 끈다. 'YOU DRIP ¥70~, WE DRIP ¥700~'로 된 안내문이다. 직역하면 고객이 부으면 70엔(약 700원), 직원이 부으면 700엔(약 7000원)이라는 의미다. 고객과 직원이 각각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데도 가격차를 10배로 벌려놓은 것이다.

조금은 비상식적으로도 보이는 이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는 다름 아닌 일본에서 최초로 1회용 드립커피를 개발·판매하는 전문기업 가타오카물산(도쿄 미나토구)이다.

40여년 전인 1984년 이 가타오카물산은 '맛있는 커피를 전문카페에서 마시는 것처럼 부담 없이 아무 데서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회용 드립커피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원컵 드립커피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사를 만들어냈는데 이 전문회사가 엉뚱한 가격을 제시하는 카페를 오픈해 운영하는 것이다.

이 카페에서 셀프 드립커피를 즐기기까지 '흐름'은 간단하다. 고객이 여러 블렌드 중 좋아하는 블렌드 종류를 선택하고 캐시리스로 결제하고 나면 직원이 그 블렌드에 맞는 최적의 양의 물을 담아 전용 드립 주전자를 준비해준다.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는 직원이 '맛있게 붓는 방법'을 설명한 후 고객이 직접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카페라고 하면 샌드위치나 팬케이크 등도 취급하지만 이곳의 메뉴는 드립커피 하나다. 그런데 가타오카물산이 이런 독특한 카페운영을 시작하게 된 것은 나름 이 회사만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최초 원컵 1회용 드립커피인 '몽카페'(Moncafe)는 1984년 등장한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연중 내내 인기를 끌었고 연말 선물시즌엔 더욱 잘 팔렸다. 회사 매출은 줄곧 성장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그 성장은 20여년이 지난 후 회사가 보유한 주요 특허들이 만료되고 커피 관련 대기업들이 저렴한 드립커피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시장은 커졌지만 몽카페의 점유율은 서서히 떨어졌다.

이후 가타오카물산이 실시한 조사를 통해 몽카페는 '사용법이 어렵다' '다른 상품보다 비싸다'는 2가지 이유에서 부정적 경향을 찾아냈다. 이 2가지 과제를 직접 고객과 만나는 공간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유니크한 가격을 제시한 카페를 오픈한 것이다.

사실 필자도 이 제품을 사용해봤지만 단순히 절취선을 뜯어 컵 양쪽에 날개를 걸어놓고 물을 주입하는 일반 드립커피와 비교하면 현저히 어렵다. 이 제품은 필터를 감싼 두꺼운 종이의 이음새를 열어 단단히 구부린 후 컵의 가장자리를 끼워넣도록 설정하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 다소 복잡한 구조지만 필터가 물보다 높게 형성돼 제대로 된 드립효과를 느낄 수 있다. 여러 대기업이 오리지널 제품을 그대로 구현하지 않고 저가형으로 시장을 잠식하며 위협해도 이 회사는 이 방식을 끝까지 고집했고 이 차이점을 알리기 위해 시부야라는 젊은 거리로 뛰어든 것이다.

그 결과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고 체험매장 콘셉트지만 재방문 고객이 꾸준히 늘며 매출비중이 20%를 넘어섰다.

또한 한 사람도 신청하지 않을 것 같던 10배 가격의 직원 주입 서비스도 매출의 2% 정도 차지한다. 10배의 가격차를 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도록 한 것과 전문가들이 제대로 따랐을 때와 맛을 비교하게 해 가성비가 높은 점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시장을 선도하던 브랜드가 저가공세에도 원조를 포기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통해 이겨나가는 모습은 그 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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