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전환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AI 전 주기에 걸친 집중 투자와 생태계 조성으로 3대 강국 도약'(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21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공약을 통해 집중 육성을 약속한 산업은 인공지능(AI)이다. 예산확보, 인재양성, 규제혁신 등 AI 산업 육성을 위한 각론도 비슷하다.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각축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면 AI 산업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크게 뒤처졌기에 두 후보의 이 같은 공약 일치는 예상된 부분인 동시에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산업계에선 두 후보의 공약 중 AI 육성 정책 자체 보단 오히려 에너지 공약에 주목했다고 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발생하는 AI는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하기 때문이다. 전력 문제 해결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AI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우선 전력원 관련, 이 후보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김 후보는 원자력발전(원전)을 강조했다. △햇빛·바람 람 연금 확대, 농가태양광 설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와 재생에너지 직접구매 개선 등이 이 후보의 전력원 공약 각론인 반면 김 후보는△대형 원전 6기의 차질 없이 추진△소형원전(SMR) 상용화 추진과 원전 비중 확대를 약속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선 유연한 에너지원 믹스가 필수적인데 어느 한쪽만 강조한 공약이 걱정스럽단 게 산업계 반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예상된 우려'라는 시각이 있다. 태양광과 원전 등 에너지원은 두 진영간 정치 쟁점화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예상 못한 부분은 정작 따로 있었다. AI와 에너지원을 이어줄 전력망의 문제다. 두 후보는 모두 '에너지 고속도로'를 전력망 관련 공약으로 제시했다. 호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동해안의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HVDC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단 청사진이다. 이는 사실 지금도 진행 중인 사업인데, 주민 반대 문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의 건설이 지연돼 발전소를 갖춰놓고도 발전을 못하는 전력이 원전 10기에 맞먹는 총 10.2GW규모다. 재생에너지든, 원전이든 가장 시급한 문제가 갈등 봉합을 통한 전력망 구축인데 두 후보 모두 사실상 기존 계획을 포괄적으로 옮겼을 뿐, 갈등을 풀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어쩌면 대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에 영향을 줄 만한 구체적 전력망 공약을 내놓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정말로 AI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전력망 확충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공약에서 내보였어야 한다. 두 후보의 현재와 같은 인식대로라면, 누가 당선되든 '불꺼진 AI센터'가 현실화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