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우리가 알던 연준은 끝났다

권성희 기자
2025.08.05 18:05
연방준비제도(연준) 회의실 /사진=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24일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연준) 본부를 방문했다. 그 때 자신이 연준에 원하는 것은 "한 가지 매우 단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큰 폭으로 빠르게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예상되는 연준의 변화를 적극적인 금리 인하로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년 5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연준은 "체제 교체"라 할 만한 큰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체제 교체"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최근 한 TV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금리 인하는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라며 "(연준의)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방식, 정책을 수행하는 방식,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체제 교체"를 보기 원한다고 밝혔다.

연준 의장 후보들, 개혁 한 목소리

이는 연준 의장 후보군 가운데 워시 전 이사만의 생각이 아니다. 또 다른 연준 의장 후보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임무가 확대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을 벗어난 다른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연준 의장 후보로 언급되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NEC 위원장이었던 래리 커들로가 "연준에 대한 감축은 어디 있나. 개혁은 어디 있나. 감사는 어디 있나"라고 반문하자 연준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연준의 문제는 △방만한 조직 △통화정책을 벗어난 업무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시각 △통화정책 결정 방식 △시장과의 소통 방식 등이다.

연준 인원 감축 필요성

우선 연준의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약 2만5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연방 기관들의 직원 수가 9%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현재 12개인 연방준비은행이 너무 많다며 절반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베선트 장관은 CNBC에 "거기(연준)에 있는 모든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연준)는 마치 학계 경제학자들에게 제공되는 기본소득과 같다"고 비판했다.

지나친 정책 영향력

금리 결정에 집중하던 연준이 지금은 재정정책까지 뒷받침하며 시장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다. QE는 시중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재정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자산가격을 상승시켜 월가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증권(MBS) 등을 9조달러까지 늘렸다. 이후 2022년부터 양적긴축(QT)으로 이를 줄여왔지만 여전히 대차대조표에 6조7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시각이 잘못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을 평가할 때 통화량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통화적 현상"이라는 통화주의적 입장을 반영한다.

해싯 위원장은 2010년에 QE를 반대하는 공개 서한에 다른 경제학자들과 함께 서명했다. 워시 전 이사는 QE가 위기 때는 정당화될 수 있지만 조기에 종료됐어야 했다며 연준의 자산 축소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화정책 결정 방식도 비판

파월 의장이 강조하는 "데이터에 의존한" 통화정책 결정도 비판의 대상이다. 데이터를 보고 너무 신중하게 움직이다 2021년 말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해 금리 인상이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워시 전 이사는 지난 4월 한 연설에서 "데이터 의존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며 "하나는 데이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존성"이라고 말했다. 경제 여건을 한달 가량 늦게 반영하는 데이터도 문제고 그런 데이터에 매달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연준이 금리를 포함한 경제 전망을 발표해 시장과 소통하는데 대해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인식이 있다. 연준의 실수를 더 부각시키며 스탠스 변경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해싯 위원장은 2023년에 "연준은 전망치 발표를 중단하고 다시 커튼 뒤로 들어가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워시 전 이사도 경제 전망 발표를 통한 투명성 강화가 오히려 연준이 새로운 사실을 빨리 받아들여 수용하는 능력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연준 내 분열 확대 조짐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통일된 정책 결정을 미덕으로 삼아온 연준의 정책 결정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7명의 연준 이사와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투표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다. 투표라고 하지만 대개는 만장일치로 정책이 결정되며 드물게 한 명 정도가 반대표를 던질 때가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FOMC에서는 친 트럼프 연준 이사 2명이 금리 동결에 반대했다. 1993년 이후 2명이 정책 결정에 반대한 것은 처음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를 "균열"이라 표현하며 친 트럼프 이사가 2명만 더 늘어나면 7명의 연준 이사 중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오는 8일로 사임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친 트럼프 이사를 3명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연준 내에 정치색에 따른 의견 대립이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8년 1월에는 파월 의장의 이사 임기가 끝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를 한 명 더 지명할 기회를 갖는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내년 5월이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이다.

파월 의장의 퇴장과 함께 우리가 알던 연준의 시대는 막을 내릴지 모른다. 이 변화가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경제정책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처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과 임무 수행 방식에서도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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