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코리아 프리미엄의 관건, 생산적 금융의 실행력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25.09.05 02:05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지난 8월 이재명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금융분야 국정과제가 공개됐다. 핵심은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서민·취약계층 금융포용 강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강화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대목은 생산적 금융의 강화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편중자금을 첨단전략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10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ESG금융 강화 등이 추진된다. 동시에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한 불공정거래 근절,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를 통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과거 문재인정부 금융정책과 유사하다. 당시 금융부문 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금융산업 경쟁촉진의 4대 전략이 제시됐고 혁신모험펀드, 코스닥 활성화, 동산·기술금융,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육성 등이 실행됐다.

그러나 이번 새 정부 안은 보다 구체적으로 미래전략산업(AI·바이오·컬처·방산·에너지)과 에너지 대전환(RE100 산단, 에너지고속도로 등)에 금융을 총동원한다는 점, 혁신모험펀드와 달리 국민성장펀드는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 육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또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과 포용금융 확대 역시 강화된 축으로 제시됐다.

새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것은 그간의 금융정책이 충분히 체감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금융자금은 가계대출·부동산에 집중됐고 중소기업 대출도 담보·보증 의존도가 높다(2015년 66.7% → 2023년 79.2% → 2024년 80.7%).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공급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금리·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지금 금융의 역할은 단순한 중개를 넘어 산업구조 전환과 성장동력 창출의 촉매가 돼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AI시대에 미래전략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금융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성은 타당하다.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금융정책 수단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성장전략의 핵심이다. 가계와 부동산을 넘어 미래산업·혁신기업으로 흐를 때 한국 자본시장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금융포용성의 균형이다.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확대는 필요하지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환유인과 책임을 높이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가계금융과 생산적 금융의 조화다. 기업과 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만큼이나 가계가 안정적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제도적 인프라 확충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 공시·거버넌스 정비 등 자본시장 제도변화 없이는 금융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 실행력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집행의 핵심주체인 금융당국의 조직개편 논의로 내부적으로 사기저하와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요컨대 한국 경제의 미래는 생산적 금융을 얼마나 민첩하고 일관되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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