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빠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말한 대로 이번 추경은 시급성을 요한다. 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경제 피해는 현실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1510원선을 돌파했고 코스피시장에선 올들어 여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산업계에선 '4월 에너지 위기설'이 나올 정도다.
박 후보자는 위기 상황을 고려해 추경에 공급망 안정을 위한 품목 확보, 석유 비축 경로 다변화 등의 노력을 담겠다고 밝혔다. 피해산업을 지원하고 물류 운송 부담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우려할 점은 추경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는 "재정 지출만으로 경기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어 민간 소비 촉진이나 기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추경 사업에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넣어야 한다는 주문에 "추경 목적에는 대량실업 대응도 있는 만큼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원유 수급 불안 극복이 목적이다. 유가와 환율은 이미 수입물가에 반영되고 있으며, 곧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소비 진작 프로그램은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우려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차량5부제 등 수요관리와도 결이 맞지 않는다.
청년실업 해소 등 다른 정책 목적을 반영하는 것도 준비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추경은 물류업계 종사자와 에너지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석유류 최고가격제에 따른 기업 손실을 보전하고 원자재 부족에 직면한 산업체를 지원하는 데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자고 편성한 추경이 인플레이션과 정치적갈등이라는 또다른 위기를 불러와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