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알테오젠이 증명한 K-바이오의 저력

김도윤 기자
2025.09.29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K-바이오에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장 내달부터 의약품에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살펴봐야겠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의 수출 전략에 큰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도 K-바이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40% 이상 오를 정도로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불장'이다. 반면 주요 바이오 기업으로 구성한 한국거래소(KRX) 헬스케어지수는 1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 일부 기업의 주가 급등으로 가능했다.

지지부진한 주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가치가 올라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 전략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바이오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실제 코스닥 시장의 여러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은 시장가치 하락으로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며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K-바이오가 인내의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알테오젠의 부상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도입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SC'가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1위 면역항암제다. 초대형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에 국산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라 의미가 크다.

키트루다SC가 미국에서 허가받으면서 알테오젠은 날개를 달았다. 앞으로 특허 등 문제로 의약품의 SC 제형 변경이 필요한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항체약물접합체(ADC) 1위 의약품 '엔허투'에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엔허투SC 임상도 시작했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를 앞세워 국내 대표 바이오텍으로 우뚝 섰다. 이달 최고가 기준 시가총액은 28조원을 넘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국내 바이오 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주도했다. 알테오젠의 도약은 삼성과 셀트리온에 이은 K-바이오 대표 주자의 등장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단 점도 고무적이다.

알테오젠뿐 아니다. 앞서 유한양행(렉라자)과 SK바이오팜(엑스코프리)이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따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는 잇따른 대형 글로벌 기술수출로 연구 경쟁력을 입증했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알테오젠을 이어 시가총액 수십조원 규모의 초대형 바이오 기업이 줄줄이 나오지 않을까. 그럼 K-바이오를 보는 국내외 시장의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차세대 신약 개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또 미국 관세 및 약가 인하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은 극도로 높다. 즉 K-바이오가 도약하느냐, 글로벌 시장 후발주자로 머무느냐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바이오 5대 강국'을 목표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오는 아직 수출 규모가 반도체나 자동차보다 작지만,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K-바이오 현장의 바람대로 우리 정부가 기업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신속하게 구체화해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