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하게 보일 만큼 그동안 국내 전기차 보급은 꾸준히 늘었지만 정부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 포함)를 총 450만대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올해 8월까지 달성률은 19%(85만대) 수준이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남은 기간에 추가로 365만대를 보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올해 상반기 등록 건수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연간 20만대 안팎 수준이라 5년간 총 100만대 보급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는 연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에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840만~980만대(전체 차량 중 등록 비중 30~35% 이상)로 검토 중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전기차·수소차 보급량을 현재 대비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무공해차 등록 비중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에는 내연기관 차량 공급 제한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은 시급한 과제며,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의 저감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무공해차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국내 자동차와 부품 업계는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공해차로 급격한 전환을 추진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완성차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의 내수 잠식 가능성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 수입 비중은 40~50% 수준으로 내연기관차(20% 내외) 대비 높고, 수입 전기차 중에서도 중국산 침투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판매된 전기차 중 중국산 비중은 2020년 2.8%였지만 지난해 25.9%까지 뛰었다. 완성차 업계는 정부가 무리하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설 경우 중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부품 업계 다수가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이라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 대응이 어렵다는 목소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매출액 중 미래차(자율차·전기동력차)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86.5%에 달했다. 부품 업계는 최근 성명서에서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은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며 "공급망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의 요청은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550만~650만대로 조정하는 '속도 조절'이다. 이런 목표도 정부가 보조금 지급, 세액공제 등으로 수요 창출을 견인해야 비로소 달성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동시에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