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젠슨황 가라사대

강기택 기자
2025.11.12 04:09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그는 AI에 필요한 전기가 "사실상 무료"라는 점을 들었다. AI 패권 경쟁의 본질이 '반도체 기술'에서 '전력 원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짚은 것이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전력 확충과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화웨이 등 자국산 AI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전기요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는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자국의 AI 생태계를 육성하면서 글로벌 경쟁자들을 압박하는 '전력의 무기화'다.

중국은 '2030년 탄소피크,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석탄을 '에너지 안보의 조절자'로 재정의하고 2023년에만 82기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승인했고, 110기 안팎을 건설중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전 세계 신규 물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28기를 짓고 있다.

이념이나 명분보다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하며 AI 산업에 필요한 기저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스탠스다. 석탄이든 원전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에너지원을 동원해 싼 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국산 칩의 낮은 전력 효율성을 '전기 보조금'으로 상쇄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와 AI 서비스 산업을 동시에 키우려는 것이다.

미국 역시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에 대비해 현실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원전을 'AI 시대 전력 확보'의 핵심축으로 삼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재가동과 대형 원전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2019년 경제적 이유로 멈췄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재가동 결정이 대표적 사례다.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AI 3강 도약'을 목표로 삼은 이상 이들 국가처럼 움직여야 한다. 경주 APEC 회의에 참석한 황 CEO는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에 최신 GPU '블랙웰(Blackwell)' 26만개를 주기로 약속했다. 이대로라면 현재 4만 5000개 수준인 국내 GPU 보유량은 2030년이면 30만 개를 넘어 세계 3위 규모가 된다.

이 GPU를 가동하려면 최소 수백 메가와트(MW), 냉각과 전력설비를 포함하면 0.5~0.6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오픈AI 같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까지 고려하면, 이에 상응하는 전력 확보는 필수다.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2038년의 최종 전력수요를 2023년 실제 최대수요(98.3GW)보다 약 31GW 늘어난 129GW로 전망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고려해, 원전 활용과 신재생 확대, 석탄 감축과 LNG 전환 등을 담았다.

대형 원전 2기 건설, SMR 1기 도입, 그리고 2038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기존 원전 12기(고리 2호기 포함)의 계속운전을 통해 원자력을 기저전력으로 활용하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 경우 원전 비중은 35%, 신재생에너지는 29.2%가 된다.

그러나 신규 대형 원전의 건설은 불투명하고,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도 미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송배전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AI 컴퓨팅센터 사례처럼 주민·시민단체의 반대로 사업이 가로막히는 일도 생긴다.

칩을 만드는 자가 아니라, 전력을 지배하는 자가 인공지능 시대의 승자다. 전력을 풍부하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기업과 국가가 함께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중국이 결코 탈석탄·탈원전하지 않는 것처럼, 이상보다 현실에 천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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