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나뉘어 있던 해외 원전 수출 창구를 단일화한다. 해외 원전 개발과 주계약은 양사가 공동으로 수행하되, 한전이 대외 협상과 지분투자 등을, 한수원이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연내 '원전수출진흥법(가칭)' 제정을 추진해 원전 수출 총괄 기관에 대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추진 체계를 일원화한다.
정부는 2016년 양사의 강점을 살리겠다며 원전 수출 담당 국가를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누는 이원화 체계를 도입했으나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았다. 양사는 조직과 인력을 중복으로 운영했고 핵심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사업의 추가 비용 정산을 두고 런던국제중재법원까지 가는 '집안싸움'을 벌였고, 적지 않은 분쟁 비용을 치렀다.
이런 맥락에서 개편은 K-원전을 '원팀'으로 복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상대국과 교섭에 나서고 원전 수출 체계를 효율화하기로 한 점 역시 긍정적이다. 전 세계는 AI와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이 재부각되고 있다. 2035년 약 1650조 원 규모로 팽창되는 원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번 조치가 단순한 '업무 협약' 수준의 임시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은 2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이 대규모 수출 금융 조달과 대외 협상을 감당하기에는 신용도와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사가 '공동 주계약'을 맺더라도 의사결정 권한이 한쪽에 귀속되지 않으면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도 재현될 수 있다.
진정한 원팀이 되려면 설계, 기자재, 연료, 시공 등 원전 산업 전 주기에 걸친 가치사슬의 통합이 요구된다. 정부와 국회는 '원전수출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원자력발전공사(가칭)' 설립이나 원전 중간지주회사 신설처럼 단일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개편도 들여다봐야 한다. 국가 차원의 금융·인력 지원을 담은 '원자력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 원전 컨트롤타워가 바로 서야 K-원전이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