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보험청(CMS)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의료보험제도를 발표했다. 바로 ACCESS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만성질환 치료의 성과를 입증하면 미국의 국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급여를 직접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치료성과'를 기준으로 메디케어 급여를 '기업'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로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메디케어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대부분 의료보험은 의사의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다. 즉 의사의 행위에 대한 가치를 매기고 그 행위에 대한 보험금을 병원에 지불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헬스케어를 포함한 기술 기반의 치료옵션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보험을 적용하는데 여러 제한이 있었다. 모든 기술이 의사의 행위와 반드시 일대일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며 (의사가 아닌) 환자 주도로 병원 밖에서 작동하는 기술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등이 그러하다.
미국 보험청은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러한 '기술 기반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지불제도를 내놓은 것이다. ACCESS는 의료행위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보다 치료성과에 연동된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10mmHg 낮췄는가'와 같은 치료성과 달성여부를 보험급여 지불의 기준으로 본 것이다. 즉 기존 행위 기반 수가와 달리 아무리 많은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환자를 치료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개선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ACCESS 제도에 참여하는 조직, 즉 기업이 메디케어로부터 직접적인 급여를 받게 된다. 이 부분이 또 하나의 근본적인 변화다. 전통적인 의료보험제도에선 보험급여 지불대상은 결국 의료기관, 즉 병원이다. 하지만 이 제도하에선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직접 보험금을 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기술은 좋지만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더 나아가 AGI(범용인공지능) 수준의 의료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되면 행위별 수가제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인간 의사의 행위와 직접적으로 매칭되지 않는 인공지능에 의한 의학적인 행위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행위가 아닌 의학적인 가치에 기반한 의료보험제도로 변화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 보험청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기업은 병원에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접적인 역할에서 이제는 직접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책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도는 담당 의사를 지정하고 각종 규제의 준수를 요구하는 등 의료서비스 제공자로서 책임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 새롭고도 파격적인 제도는 혁신적인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의 위력을 제도권 의료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 보험청의 고민의 결과다. 결국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환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선 현 의료보험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는 '해외에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보험청이 과감히 변화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도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을 제도권에 수용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