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대 증원 이후, AI시대 의사의 길

임동욱 기자
2026.02.12 05:35

정부가 2027~2031년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다. 올해 고교 3학년생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7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은 490명 늘어난 3548명으로 결정됐다. 2028, 2029학년도에는 각각 613명 늘어난 3671명씩 뽑는다. 2030, 2031학년도에는 기존 의대 증원분 613명에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증원분 200명을 합쳐 813명씩 늘어난 3871명을 선발한다.

이 숫자가 나오기 까지 많은 갈등과 혼란이 있었다. 의료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의대 정원 결정 논의에 참여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정부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향후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의협의 합리적 대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간 의협은 의대 교육 여건상 수용 가능한 증원 규모를 기존 정원의 10% 수준인 약 350명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결론이 내려졌으니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숫자 싸움을 그만둘 때가 됐다. 당장 내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정원 규모 확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숫자의 완벽함을 쫒다가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증원이 결정된 이상, 갈등을 봉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증원과 함께 도입되는 지역의사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낮은 의료 수가 체계와 높은 의료소송 위험, 과중한 근무 등 구조적 문제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우리는 앞으로 '의사가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의사의 업무는 변화할 것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의 몫이 될 것이다. 복합 질환을 해석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며, 의사결정의 책임을 지는 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AI시대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 변화의 속도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17년까지 바둑 AI '알파고', '알파제로'를 앞세워 인간의 바둑판을 평정했다. 이후 바둑 세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딥마인드는 다음 도전 상대로 생물학을 선택했다. 2018년 딥마인드는 '생물학계의 올림픽'으로 알려진 '단백질 구조예측기술 정밀평가대회'에 '알파폴드'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참가했지만 20위에 그쳤다. 이후 딥마인드는 새로운 관점을 가진 전문가를 추가 영입하고 알고리즘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설계했다. 2020년 다음 대회에 재출전한 알파폴드는 압도적 차이로 우승했다.

알파폴드는 아미노산을 기반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혁신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과거에는 단백질 구조 한 개를 규명하는 데에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지만, 현재 AI는 단기간에 수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이제 생물학과 바이오 산업은 계산과 설계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여기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AI가 패턴을 찾고 구조를 예측할 순 있지만, 어떤 질병이 중요하고 어떤 표적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등 의학적 판단은 의사의 몫이다. 의사과학자 양성도 중요하다. 반도체 이후 한국 산업 발전의 미래 동력을 바이오에서 찾는다면, 임상과 연구를 잇는 핵심 인력을 키워내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의대 정원 확대의 성패는 결국 숫자 자체가 아니라 늘어난 인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진료 인력을 늘리는 데서 그친다면 갈등은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AI와 데이터, 생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사를 설계자로 키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사는 생명 시스템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핵심 인력이 될 수 있다.

의대 정원은 정해졌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이 결정을 어떻게 미래로 연결할 것인가. 싸움의 시간은 끝내고, 설계의 시간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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