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생에너지 대전환의 병목을 풀다

김희집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2026.02.26 05:40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지난 2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은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연구와 교육 현장에 몸담아 온 한 사람으로서 이번 법 개정이 갖는 방향성과 시의성에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전력은 국가 안보의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9% 수준에 머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향후 10년 내 현재 OECD 평균인 34.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이 과정에서 법과 제도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명확히 분리한 데 있다. 그간 두 에너지원은 기술적 성격과 온실가스 배출 여부, 산업 생태계가 다름에도 하나의 법체계 안에서 혼재돼 재생에너지 통계의 신뢰성과 정책 목표 간 정합성에 혼선을 초래해 왔다. 신에너지를 수소 관련 법체계로 이관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법을 재정립한 것은 국제 기준에 부합할 뿐 아니라 향후 보다 정교한 맞춤형 정책 수립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의 합리화다. 지방정부별로 제각각 운영되던 과도하고 상이한 이격거리 기준은 태양광·풍력 보급의 장애물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시설보다도 훨씬 엄격한 이격거리 기준이 적용돼 주민 갈등과 사업 지연이 반복됐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잠재 입지는 크게 줄어들고 보급 비용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원칙적으로 이격거리 규제를 금지하되 생태·경관 보전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두는 방식은 '합리성'과 '확산'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한 결과다. 특히 주민참여형, 지붕형,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이격거리 적용을 배제한 점은 지역 수용성 향상과 햇빛·바람 소득마을과 같은 이익공유 모델 확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소득과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격거리 완화는 재생에너지 설비 입지 확대와 함께 발전 단가(LCOE) 하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재생에너지 경제성 강화를 넘어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더해 규제 완화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규 투자와 기술개발로 제조·설치·운영 등 산업 전반의 활력이 높아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다.

물론 법 개정이 곧바로 에너지 전환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업계와 지역사회 모두가 새로 정비된 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합리적 수준의 일관된 기준 설정,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 정책의 지속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이번 법 개정의 효과는 현실이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속도와 방향이 모두 중요하다. 이번에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그 방향을 바로잡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제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을 넘어 실행과 성과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결단이 대한민국을 재생에너지 선도국으로 이끄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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