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귀환[투데이 窓]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2026.03.04 02:00

BTS가 돌아온다. 3월 20일 정규 5집 '아리랑'을 내고, 이튿날 월드투어의 첫 공연을 연다. 23개 나라에서 82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광화문광장에는 26만명이 모인다고 한다. 경복궁과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문을 닫는다. 넷플릭스는 190여 나라에 공연을 생중계한다. 눈부신 귀환의 의례는 서사 위에서 구축된다.

BTS는 이른바 '군백기'를 끝내고 돌아온다. 군 복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친 멤버들은 이제 국가가 승인한 국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남아라는 정체성을 새로 갖게 된 것이다. 정체성 획득은 사회적 위험 요인을 제거한다. 팬덤은 마치 돌잔치를 끝낸 아이를 보듯 안도의 심리에 적응한다.

BTS의 문화 권력은 더욱 강화된다. 복귀 무대는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에 차려진다. 조선의 왕권, 근대국가의 정문, 민주주의의 광장이라는 여러 시대의 상징이 결합한다. '왕의 행차'를 모방한다는 풍문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경복궁 근정문에서 광화문을 거쳐 월대에 이르는 동선은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상징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왕의 동선에 매혹된다.

BTS는 새 앨범 '아리랑'으로 돌아온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다. 국가가 가장 좋아하는 정서를 상징한다. 해외 홍보에 단골로 등장하는 한국다움을 드러내는 기표다. 이번 앨범은 민요라는 문화자원을 K-팝으로 바꾸는 작업이 될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요 아리랑을 널리 알린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상영 100년을 맞기에 더욱 뜻깊다.

BTS의 귀환을 기획된 국가주의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BTS를 국가의 도구라고 몰아붙일 일도 아니다. 다만 이를 둘러싼 상징의 구조는 언제나 해석의 양면성을 품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BTS는 노래를 팔아온 그룹이 아니라, 수억 명에게 정체성의 거울이 되어온 문화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유엔 총회 연설, 팬덤 '아미'의 사회운동, 다양성과 자기표현에 관한 메시지는 세계시민을 향해 열려 있었다.

BTS의 귀환은 상징 의미의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 기업, 언론, 팬덤 모두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와중에 복귀 무대를 앞둔 멤버 정국의 음주 라이브 방송은 논란을 불러왔다. 정국은 때로 욕을 하고 때로 "회사도 모르겠고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라는 등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팬들의 반응은 '솔직하다'와 '경솔하다' 사이를 오간다. 상징은 굳어지는 과정에서 균열을 내기 쉽다. 굳센 상징일수록 균열의 대가는 클 수밖에 없다.

BTS가 오랫동안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온 본질적 동력은 균열이었다. 이들은 완성된 영웅으로 등장한 게 아니라, 불안과 실패와 자기 의심을 노래하며 성장하는 인간으로 사랑받았다. "니 꿈은 뭐야" "너의 길을 가라고"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이렇게 이어져 온 이들의 노래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시가 되었다.

BTS 정국의 취중 고백이 불편한 까닭은 우리가 어느새 이들에게 균열 없는 상징이 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국가, 기업, 언론, 팬덤은 여전히 완벽을 요구한다. BTS 귀환의 의미는 국가의 서사나 팬덤의 기대를 완벽히 수행하는 데 있지 않다. BTS는 이미 K-팝의 확고한 상징이다. 그러나 BTS를 굳센 상징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K-팝의 'K'가 국가의 기호에서 장르의 기호로, 장르의 기호에서 문화의 기호로, 문화의 기호에서 세계시민의 기호로 변주되는 길이 막혀버린다.

BTS가 자신을 어떤 상징에도 온전히 가두지 않을 때, 세계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귀환의 무대가 아무리 웅장하고, 앨범의 제목이 아무리 무겁고, 동선이 아무리 왕의 행차를 닮았다고 해도,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로 말해야 한다. 그 노래는 국가도 기업도 언론도 팬덤도 독점할 수 없다. BTS의 귀환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시민과 함께 이뤄지길 바라는 까닭이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한국영화학회장)

임대근 교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