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산업 현장은 곧바로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시행 첫날 하루에만 전국 221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407개 하청 노조가 일제히 교섭을 요구했다. 조합원 규모만 8만 명이 넘는다.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하청 노조가 발주처인 에쓰오일까지 교섭 당사자로 세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법전 속 문구가 현장의 갈등 구조로 바뀌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법 개정 과정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교섭 체계의 변화인데도 노사정 대타협의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우리 노동사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중대한 변곡점마다 숙의의 과정을 거쳤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제 도입은 고통스러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0년 복수노조 도입과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역시 오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교섭 질서를 설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입법이 추진됐다. 특히 하청 노조의 교섭권 확대와 직결된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대한 정교한 선행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킬 결정적 결함이다.
산업 현장은 법 해석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의 핵심 개념들이 상당 부분 판례와 해석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누가 진짜 사용자인가"라는 질문부터 안갯속이다. 정부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한다지만, 법적 기구가 아닌 위원회의 판단만으로 현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
교섭단위 분리 문제 역시 원청과 하청 노조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신청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교섭 대표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구조에서 각 노조가 독자적인 교섭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행 첫날 벌써 31건이 접수됐다. 앞으로 쏟아질 분리 요청을 노동위원회의 행정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쟁의 범위의 확대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을 교섭과 파업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혼란을 최소화할 관리의 지혜다. 정부는 신속하고 명확한 기준과 중재를 통해 제도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계는 법적 권리를 무기화해 무분별하게 교섭 요구를 확대하기보다 제도 정착을 위한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또한 변화된 환경 속에서 대화의 통로를 닫기보다 새로운 교섭 구조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확대라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 제도가 산업 현장에서 갈등의 증폭 장치로 작동할지, 아니면 새로운 협력의 틀로 자리 잡을지는 지금부터의 운영에 달렸다. 교섭의 세 축을 흔드는 이 거대한 변화가 산업의 공동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새로운 교섭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