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중복상장이 계속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3.17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LS그룹은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1월 말 전격 철회를 결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복상장'의 폐해를 지적한 직후다.

중복상장이란 주식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업 가치가 이중으로 계산되는 문제를 야기하며, 시장 전체 규모가 실제보다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켜 모기업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2조 원인 A 상장사가 지분 80%를 보유한 자회사 B를 1조 원 가치로 상장시키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은 3조 원이 된다. 그러나 A사의 시총에는 이미 B사의 지분가치(8000억 원)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해당 금액만큼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는 것이다.

한국의 중복상장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투자자들이 이를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으나, 핵심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나간 뒤 상장하자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험을 했다. 이를 기점으로 중복상장은 단순히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며 규제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그룹의 연쇄 상장(쪼개기 상장)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 수준으로, 미국(약 0.35%)이나 일본(약 4%)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도적 미비점이 비판받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92개에 달하며 소속 계열사는 무려 3301개에 이른다. 이 중 상장회사는 361개인데 삼성그룹은 63개 계열사 중 16개, SK그룹은 199개 중 21개, 현대차그룹은 70개 중 12개가 상장되어 있다. LG그룹(11개), 한화그룹(10개), 롯데그룹(10개) 등 주요 대기업들 역시 수많은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에 중복상장(계열사 간 동시 상장)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은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거나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나란히 상장된 경우가 많아 계열사 간 출자 관계로 얽힌 중복상장 비중이 대단히 높다. 상장사 수가 많다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유치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동시에 지배구조의 복잡성과 주주 가치 희석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내포한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하여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 핵심 계열사가 모두 상장되어 있다. 삼성물산(상장) → 삼성생명(상장) → 삼성전자(상장)로 이어지는 고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산하의 삼성 SDS(상장), 삼성전기(상장) 등 하위 계열사들이 나란히 상장된 형태다. 이로 인해 기업 가치가 이중 삼중으로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상단 계열사들은 보유한 삼성전자 등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핵심 3사가 모두 상장되어 있어, 어느 한 곳의 주가가 변동하면 나머지 기업의 지분 가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또한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IPO 추진도 논란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분 약 56%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 회사가 상장될 경우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중복 계산되거나 투자가 자회사로 쏠리는 지주사 할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삼성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계열사가 199개로 가장 많은 SK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SK(주) 아래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중간 지주사격 회사들이 상장되어 있고 그 아래 자회사들이 다시 상장된 다층적 구조를 띠고 있으며,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 역시 주요 서비스 단위를 별도 법인화하여 상장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선진국에서는 모기업이나 지주회사가 상장하면 자회사나 관계사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며, 중복상장이 시장 왜곡과 이해관계 상충을 야기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금기시하고 있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상장사지만 자회사 구글은 비상장으로 두어 모든 실적이 지주사 가치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중복상장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 이전 4%대였던 중복상장 비율이 2010년 이후 자회사 IPO, 분할 상장, 지주사 전환 등을 거치며 18% 이상으로 급증했고 2026년 현재까지도 이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중복상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인데, 특정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거나 유망 신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상장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외부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다시 상장하거나, 해외 자회사를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도 모두 중복상장에 해당된다.

최근 5년간 중복상장이 발생한 모회사들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72.7%가 지수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다. 코스피가 평균 5.5% 상승하는 동안 모회사 주가는 3.5% 하락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가 빠져나가면 모회사는 투자 매력을 완전히 상실한 알맹이 없는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서 대규모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여전히 중복상장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이중으로 계산된 비율만큼 모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대규모 기업집단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오판할 수 있다. 기업의 실제 펀더멘털보다 지표상으로 기업이 더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와 투자업계에서는 중복상장을 주주 가치 훼손의 주범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비판 속에서도 중복상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체 자금을 쓰지 않고 신사업 투자금을 외부에서 수월하게 끌어올 수 있으며, 동시에 적은 지분으로도 다단계 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통제하는 '사실상의 복수의결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30%를 갖고, 그 자회사가 다시 손자회사 지분 30%를 갖는 다단계 구조를 만들면, 지배주주는 실질적으로 아주 적은 지분만으로도 하위 계열사를 통제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여 기업들의 행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무작정 상장을 강행하기보다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을 함께 내놓고 있다. 그래도 반대가 심하면 상장을 보류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들의 견제도 심해졌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이번 주 열릴 예정인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모든 기업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아니더라도 상장 모회사가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의 신규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복상장 문제는 기업의 편의와 주주 가치 사이의 충돌이다. 명확한 규제와 기업의 인식 변화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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