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직접 고용 이후를 설계하라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
2026.04.13 02:00

포스코가 사내하청 직원 70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산업구조의 근간을 이루던 고용 생태계의 문법을 다시 쓰는 중대한 사건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을 향한 교섭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선택은 원·하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를 줄이고 안전 책임을 내부로 회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10년간 대형 사업장의 안전사고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외주화된 위험을 내부로 가져오는 구조적 전환이자 책임 경영의 실천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고착된 고용 관행을 바로잡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단의 진정한 평가는 지금이 아니라 이후에 달려 있다. 직접 고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와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늘어나는 고용 비용은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직접 고용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하는 설계 능력이다. 직접 고용된 인력이 고난도 공정 전환의 핵심 동력이 되고, 고용 형태의 변화가 공정 혁신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이번 결단은 빛을 발하게 된다.

현장의 가장 예민한 과제는 임금체계와 직무 질서의 재편이다. 이는 단순한 이해관계 조정을 넘어 생산성에 기반해 재설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다. 직접 고용 이후의 보상체계는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에서 점진적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기준이 흔들리면 조직의 질서가 흔들리고, 결국 생산성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직접 고용이 이뤄지는 순간, 외부의 갈등은 내부로 이동한다. 실제로 이번 결정 이후 비용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기존 구성원과 신규 인력 간의 인식과 기대 차이는 불가피하다. 이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이며, 직무 평가와 보상 설계로 풀어야 한다. 포스코가 '원팀' 문화를 지향하며 통합을 추진하려는 방향은 조직 안정성을 위해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통합이 작동하려면 공정한 기준과 충분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한 기업에 머물지 않는다. 유사한 요구는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다. 준비되지 않은 확산은 갈등을 키우지만, 설계된 확산은 질서를 만든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업 사례를 넘어 노동시장 전체의 기준을 시험하는 계기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원·하청 구조 개선과 산업안전 강화가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환 과정의 비용과 갈등을 완화할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포스코의 이번 결단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결국 이번 결정의 성패는 채용 규모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낸 질서로 평가된다. 공정성과 생산성을 함께 담지 못한 질서는 더 큰 갈등으로 되돌아온다. 직접 고용은 용기 있는 결단으로 시작되지만, 치밀한 설계로 완성된다. 이번 선택이 산업 경쟁력과 노동의 질을 함께 높이는 상생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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