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 경쟁의 패러다임 전환, 건설로 향하다

이장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2026.04.13 21:00
이장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최근 아르테미스 2호가 달 탐사를 마치고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복귀했다. 이번 탐사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장기체류를 전제로 한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미국과 중국은 2030년대 달 기지 구축을 추진하면서 경쟁의 초점은 '누가 먼저 달 표면 인프라를 구축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분명하다. 이제 우주 경쟁의 핵심은 '로켓'이 아니라 '건설'이다. 달에서 사람이 장기체류하기 위해서는 거주 모듈뿐 아니라 방사선 차폐 구조물, 착륙장, 에너지 설비, 이동 인프라 등 기반시설이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지구 제작 모듈이 투입되겠지만 기지 운영이 확대될수록 현지 구축 인프라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물류다. 달까지 자재를 운송하는 비용은 매우 높아 모든 자재를 지구에서 조달하는 방식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월면토를 활용하는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이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로파 소결, 3D 프린팅, 태양열 용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월면토를 구조 재료로 전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목적은 달 표면 인프라 구축이다.

20세기 우주 경쟁이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의 문제였다면 21세기 우주 경쟁은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도 분명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인공 월면토 개발, 마이크로파 소결 기반 고형화 기술, 진공챔버를 활용한 달 환경 모사 실험 등 ISRU 기반 건설기술 연구를 수행해 왔다. 결합재 없이 월면토를 블록이나 포장재로 활용하는 기술은 랜딩패드, 방사선 차폐 구조물, 이동 인프라 등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원격·자율 시공 기술, 센서 기반 시공관리, 스마트 건설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다면 극한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시공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우주 인프라 구축 역량 확보로 이어진다. 그러나 국내 우주 개발은 여전히 탐사 중심이며 건설기술에 대한 정책 대응은 초기 단계다. 주요국은 이미 달 기지 구축을 전제로 경쟁에 돌입했다.

지금은 결단의 시점이다. 우주 건설기술은 미래 과제가 아니라 현재의 전략 기술이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투자와 함께 국가전략기술로 설정해야 한다. 지금 대응하지 않는다면 향후 달 기지 건설과 운영에서 우리의 참여 기회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주는 더 이상 '가는 곳'이 아니라 '짓는 곳'이다. 한국 건설기술이 지구를 넘어 확장되는 출발점,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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