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묘목은 되고, 축산은 안되는 가업승계

[사설] 묘목은 되고, 축산은 안되는 가업승계

머니투데이
2026.04.13 04:00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A씨는 양돈 농장을 물려받고 가업상속공제 신청을 해 상속·증여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얼마 뒤 세무서로부터 3억원을 추징당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업상속공제는 60세 이상의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승계한 경우 600억원을 한도로 낮은 세율을 적용해주는 특례 제도다. 모든 업종이 다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이나 광업, 건설업은 전체가 대상이지만 농림어업은 작물재배업만, 그중에서도 종자·묘목생산업만 해당한다. 양돈농장, 즉 축산업은 대상이 아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상속·증여세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작물재배업은 되고 축산업, 양식업은 안된다는 얘기"라며 "현장을 모르는 비현실적 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고 지적한 게 알려지면서 가업승계공제가 화제가 됐다. 지적대로 주차장업은 부동산 비중이 커 위장 공제에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 주차장도 되는데 농업은 극도로 좁은 범위만 해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정부는 공제 대상 업종을 기술·노하우 이전 필요성이 큰 분야 중심으로 재정비해 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정답은 아니다. 쓰리쎄븐과 락앤락 등 알짜 중견기업 상속인들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회사를 파는 사례가 잇따르자 만들어진 게 가업상속공제 제도다. 축소를 할 게 아니라 '징벌적'이라 불리는 상속·증여세를 전면 개편하는 방향이 옳다.

한국의 상속세는 실질 최고세율이 6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상위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25년간 동결된 탓에 더 이상 부유층의 세금이 아닌 중산층의 문제가 됐다. 시가 30억원짜리 주택을 상속할 경우 6억4000만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세금 때문에 가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아파트를 물려받고 세금을 내기 위해 그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상속받지 못하는데 상속세라는 이름이 붙어선 안 된다. 죽음에 붙는 세금인 '사망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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