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형조선사 발목잡는 국책은행

머니투데이
2026.04.23 02:00
(서울=뉴스1) = 8일 부산 영도구 HJ중공업에서 해군 신형 고속정(PKMR) 참수리 231·232·233·235호정(1-4번함) 통합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2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중형 조선사들이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3사에 대한 RG 한도는 560억달러에 달했지만, 중형 3사(HJ중공업·케이조선·대한조선)는 21억달러에 그쳤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로 수주에 필수적이다. RG 발급을 담당하는 국책은행과 금융사들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10여년 전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이 퇴출위기에 몰렸고 수출입은행은 수조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중형 조선사들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조선사는 과거와 다른 구조인데, 금융권은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본다 △금융기관이 RG 확대에 보수적이면 중소형 선종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논리다. RG 문제 해결 없이는 중형 조선사의 부활도 언감생심이다. 작년 HJ중공업의 수주실적은 RG 부족으로 전년보다 거의 40% 감소한 5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중형 조선사 RG 발급에 가장 소극적인 수출입은행의 변화가 절실하다. 지난 5년간 국책기관별 RG 발급은 총 57조7620억원인데, 이중 6조417억원만 중형 조선사에 배정됐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RG 발급은 35조원이 넘었지만, 중형 조선사 대상 RG는 겨우 2307억원에 불과했다.

조선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중형 조선사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조선업 슈퍼 사이클을 중형 조선사 부활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부산, 전남 해남, 경남 창원 등에 거점을 두고 있는 중형 조선사에 대한 지원은 지역고용 확대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지역 균형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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