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분열의 데자뷔, 각자도생의 정치

[우보세] 분열의 데자뷔, 각자도생의 정치

민동훈 기자
2026.04.22 05:00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은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라졌고 비박계는 집단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새누리당은 곧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꿨지만 분열의 상처는 깊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당시 보수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노선 갈등은 정책이 아닌 '충성 경쟁'으로 치환됐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인물은 자연스럽게 '배제'의 대상으로 몰렸다. 내부 논쟁은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정리의 과정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보수는 둘로 쪼개진 채 2017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역사적 참패를 겪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체제로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서 2019년 2월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재정비를 시도했다. 그러나 노선 갈등과 계파 충돌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내부 균열은 반복됐고 각자의 정치적 입지만을 우선시했다. '각자도생'의 시절이었다.

#2025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 상황도 낯설지 않다.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계파 충돌이 내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경쟁을 넘어 '배제'의 양상으로 번졌다. 공천이 통합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도구로 기능하는 모습이다.

과거와 분명 닮았다. 인물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동일하다. 지금의 장동혁 체제는 2018~2019년의 홍준표·황교안 체제를 겹쳐놓은 듯하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과제와 분열된 당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이 두 과제는 서로 충돌한다. 결집을 강화할수록 외연 확장은 어려워지고 수습을 시도할수록 내부 반발은 커진다.

후보 개인의 이해관계와 계파 셈법이 맞물리면서 '각자도생' 전략이 고착하는 흐름이다. 당 간판보다 개인 경쟁력에 기대는 선거, 단일화 실패와 후보 난립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당이 여러 갈래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 낯익다. 탄핵 이후의 혼란, 계파 갈등, 공천 충돌, 그리고 배제의 반복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뺄셈 정치의 고착화다. 과거의 분열이 통합으로 가기 위한 진통이었다면 지금의 분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 방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갈등을 중재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선거 패배라는 공통의 위기의식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당을 다시 묶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합의가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계파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권력 재편을 둘러싼 셈법이 앞서면서 타협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갈등을 봉합해야 할 지도부마저 이해당사자로 움직인다. 내부 충돌이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 재건을 말해야 할 시점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통합의 언어는 사라지고 배제의 언어만 남았다.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순간 정치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 간 싸움으로 쪼개진다. '각자도생'은 공존이 아니라 소멸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머니투데이 더300 민동훈 차장
머니투데이 더300 민동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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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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