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 '무빙' '나 혼자만 레벨업' '여신강림' 등 수많은 웹툰이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확장될 정도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웹툰에 'K(코리아)'를 붙이지 않는 것은 김치, 태권도처럼 우리나라가 웹툰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기를 방증하듯 불법 유통사이트도 글로벌로 판친다는 것이다.
2주전(4월 27일) 웹툰업계에 들려온 낭보는 의미가 컸다. 국내 웹툰사들이 스페인 현지 수사기관 및 사법당국과 협력해 대응한 결과 스페인어권 최대 불법 웹툰사이트인 '투망가온라인'(TuMangaOnline)을 폐쇄했고 형사재판까지 앞둬서다. 해외에서 현지 법에 따라 대응해 이룬 첫 성과로 민관협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업계엔 저작권 불법침해 차단은 물론 '범죄자 검거 및 처벌도 가능하다'는 효능감을 높여준 사례가 됐다.
같은 날 국내 최대 불법 웹툰사이트 '뉴토끼'도 돌연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2018년부터 470회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한 뉴토끼가 '모든 데이터를 일괄삭제하고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폐쇄를 공지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제도 시행에 대한 보도자료를 낸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었으나 이를 조롱하듯 폐쇄 하루 만에 새로운 뉴토끼 불법사이트가 등장했다.
창작품을 무단으로 복제해 불법으로 유통하는 행위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산업의 생태계 자체를 고사시키는 범죄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불법복제 이용률은 첫 조사가 이뤄진 2022년 21.5%에서 2023년 20.4%, 2024년 20.0%로 하락 추세지만 여전히 20%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불법 유통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규모는 4456억원으로 추산된다.
불법 웹툰사이트 근절이 시급한 더 큰 이유는 이들이 돈을 버는 방법에 있다. 무단도용한 웹툰을 미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후 불법 도박이나 성인물 광고를 노출해 월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둔다. 저작권 침해로 웹툰 창작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까지 도박 또는 성인물로 유인하는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 소개된 '20세 청년의 2000만원 도박 빚'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불법사이트 폐쇄는 저작권 보호를 넘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방어막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11일부터 '불법사이트 긴급차단 및 접속차단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의 성과처럼 운영자를 검거하고 처벌하지 않는 한 불법사이트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단순 차단을 넘어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고 실제 처벌하기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해서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 관계자는 "스페인 사례는 운이 좋았다"면서 "스페인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가 커서 협업이 쉬웠다. 하지만 처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처벌을 위한 법적 다툼엔 지금까지 들어간 시간과 비용보다 더 들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국제 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불법수익 환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더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용자가 있기에 불법사이트도 계속 생긴다. 이용률은 하락 추세지만 미미하다. 내 아이들이 도박광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